Fable은 중국에 못 가는데 GPT는 간다
칩은 막았지만 모델은 못 막았어요. 소버린 AI의 진짜 얼굴이죠.
들어가며
구독자님, 지난 7월 9일 OpenAI가 GPT-5.6을 공개했어요. Sol, Terra, Luna 세 모델로 나뉘는데, 가장 강력한 Sol은 미국 정부의 안전성 검토를 먼저 통과한 뒤에야 풀렸어요. 사이버 공격에 쓰일 수 있는 능력이 너무 세다는 이유였죠. 대부분의 기사는 벤치마크 점수와 가격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같은 주에 조용히 지나간, 훨씬 더 중요한 뉴스에 눈이 갔어요. 파이낸셜타임스가 이렇게 보도했거든요. OpenAI와 Google이 미국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들에게 최첨단 AI를 팔아왔다고요.
한쪽에선 정부 검토까지 거쳐 모델을 내놓는데, 다른 쪽에선 그 모델을 블랙리스트 기업의 자회사가 쓰고 있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2026년 AI의 진짜 주권은 정부가 아니라, 모델을 ‘누구에게 팔지’를 정하는 세 회사의 약관 안에 들어 있어요.
같은 주에 벌어진 두 장면
첫 번째 장면은 GPT-5.6이에요. OpenAI는 이번 모델을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소수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에게 먼저 배포했어요. 가장 강력한 Sol이 취약점을 찾고 공격 코드를 짜는 사이버 작업에서 이전 세대를 크게 앞섰기 때문이에요. 모델 하나하나를 정부가 들여다보는, 꽤 엄격한 그림이죠.
두 번째 장면은 정반대예요.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OpenAI와 Google은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의 싱가포르 자회사에 AI 서비스를 공급해 왔어요. 세 곳 모두 미국 정부가 ‘중국군과 연계됐다’고 지목한 기업이에요. FT의 취재가 시작되자 OpenAI는 지난달 알리바바 계열 사용자의 API 접근을 ‘증류’1 정황을 이유로 끊었다고 밝혔어요.
두 회사의 논리도 확인해 둘게요. OpenAI는 “중국 안에서는 접근을 허용하지 않지만, 안전장치를 강제하고 증류를 감시할 수 있는 국가에서는 일부 중국계 기업의 이용을 허용한다”고 설명했어요. 그러면서 “국적만으로 접근을 결정해서는 안 되며, 자율적 정부가 통제하는 AI보다 민주적 가치로 설계된 AI를 세계가 더 많이 쓰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죠. Google도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정책 범위 안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지역 제한만으로는 증류를 막기 어렵다고 실토했어요.
그리고 세 번째 회사가 있어요. Anthropic이에요. 이 회사는 정반대 노선을 택했어요.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과 그들이 절반 넘게 소유한 해외 법인까지, 자사의 첨단 모델인 Mythos와 Fable 접근을 아예 막았어요. 지난주에는 일부 중국 기업이 우회하던 구멍까지 닫았고요. 같은 프런티어 모델2인데, 회사마다 국경선이 완전히 다르게 그어져 있는 거예요.
왜 이런 빈틈이 생겼을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겨요. 미국 정부는 왜 이걸 그냥 두고 있을까요? 답은 워싱턴이 통제하기로 한 것과 통제하지 않기로 한 것 사이의 간극에 있어요.
미국은 ‘칩’은 오랫동안 통제해 왔어요. 반면 ‘모델’은 사정이 달라요. 2025년 1월 바이든 행정부는 AI 디퓨전 룰3을 만들어 처음으로 모델 가중치까지 수출 통제 대상에 넣으려 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그해 5월 이 규칙을 철회했어요. 이후 칩 수출도 오히려 완화돼서, 2026년 1월부터는 중국행 일부 칩을 건별 심사로 허용하고 있죠.
결과적으로 지금 미국은 Fable, Mythos, GPT-5.6 같은 ‘개별 모델’은 정부 검토로 관리하지만,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프런티어 AI를 쓰는 것 자체를 폭넓게 금지하지는 않아요. 국방부의 1260H 리스트4에 오른 기업이라도 마찬가지예요. 이 명단은 2026년 6월 알리바바와 바이두가 추가되며 188개로 늘었지만, 명단에 오른다고 미국 소프트웨어를 못 쓰게 되는 건 아니거든요. 바이든 백악관에서 수출 통제를 담당했던 크리스 맥과이어는 FT에 이렇게 말했어요. “행정부는 늘 ‘AI에서 중국을 이겨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중국을 늦출 실제 도구인 수출 통제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럼 이게 왜 위험할까요? 바로 증류 때문이에요. 증류는 강한 모델의 출력을 받아 그걸로 다른 모델을 훈련시키는 방식이에요. 접근권 하나가 곧 능력의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죠. Anthropic은 올해 초 중국 AI 연구소인 딥시크, 문샷, 미니맥스가 Claude를 증류했다고 밝혔고, 최근에는 알리바바 계열이 2만 5,000개의 가짜 계정으로 2,880만 건의 대화를 만들어 능력을 빼갔다고 의회에 보고했어요. 2,880만 건이면, 한 사람이 하루도 안 쉬고 100번씩 대화해도 약 790년이 걸리는 양이에요. 그만큼의 지식이 한 창구에서 빠져나갔다는 얘기죠.
AI 정책·안보 전문가 조 카왐의 표현을 빌리면, 중국 연구소들이 “미국 기업이 감당한 컴퓨팅, 엔지니어링, 안전 비용을 치르지 않고 프런티어 능력만 체계적으로 뽑아가는” 구조예요. API 접근을 파는 순간, 사실상 능력을 수출하는 셈이 될 수 있는 거죠. 그런데도 워싱턴이 모델을 칩만큼 세게 막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칩은 만질 수 있는 물건이라 국경에서 세관이 잡아낼 수 있지만, 모델의 출력은 API 한 줄로 국경을 넘어요. 게다가 오픈 웨이트5 모델을 어디까지 통제할지, 자유로운 소프트웨어 배포를 어디서 끊을지에 대한 합의도 아직 없죠. 통제하기로 마음먹어도 도구가 마땅치 않은 거예요.
‘소버린 AI’를 다시 정의하면
요즘 각국은 ‘소버린 AI’를 이야기해요. 프랑스는 미스트랄을 국가 대표 모델로 키우고, 사우디는 국부펀드로 HUMAIN을 세워 엔비디아 GPU 20만 장을 확보했어요. 영국도 5억 파운드 규모의 소버린 AI 전담 조직을 만들었죠. 보통 소버린 AI라고 하면 이렇게 ‘한 나라가 칩부터 데이터, 모델까지 자국 스택을 직접 소유한다’는 그림을 떠올려요.
그런데 이번 FT 보도가 드러낸 2026년의 진짜 주권은 조금 다른 곳에 있어요. 프런티어 AI의 최상단은 여전히 두세 개의 미국 회사가 쥐고 있고, 실제 ‘누가 이걸 쓸 수 있는가’라는 결정은 정부가 아니라 그 회사들의 접근 정책이 내리고 있거든요.
문제는 그 회사들의 판단이 서로 다르다는 거예요. Anthropic은 모델 접근을 ‘수출 통제’ 문제로 봐요. 그래서 중국 본사 기업을 국적 기준으로 막고, 그 대가로 수억 달러의 매출을 포기했다고 밝혔죠. 반대로 OpenAI는 이걸 ‘가치와 시장’의 문제로 봐요. 국적이 아니라 감시 가능성으로 선을 긋고, 민주적 가치의 AI를 더 넓게 퍼뜨리는 편이 낫다고 주장하죠. 어느 쪽도 완전히 틀렸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다만 분명한 건, 예전 같으면 국가가 내렸을 ‘주권적 결정’을 지금은 사기업 세 곳이 각자의 기준으로 대신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구체적인 장면을 하나 그려볼게요. 어느 걸프 국가가 국부펀드로 자국 AI 회사를 세우고 GPU를 수십만 장 확보했다고 해봐요. 그럴듯한 소버린 AI처럼 보이죠. 하지만 정작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 프런티어 성능이 필요할 때, 그들은 여전히 Fable이나 GPT-5.6의 API를 불러야 해요. 그 접근이 어느 날 약관 개정 한 줄로 끊긴다면, 20만 장의 GPU는 최상단에서 반쪽짜리가 돼요. 스택의 아래층은 내 것인데, 꼭대기의 스위치는 남의 손에 있는 구조인 거죠.
그래서 저는 소버린 AI를 이렇게 다시 정의하고 싶어요. 소버린 AI의 핵심은 ‘누가 모델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모델의 수도꼭지를 잠글 수 있느냐’예요. 미스트랄과 HUMAIN이 아무리 늘어도, 최상단 모델의 접근 스위치가 캘리포니아의 약관 페이지에 있다면 그 주권은 절반짜리인 셈이죠.
오스왈드의 시선
제가 GTM 전략을 수립하면서 반복해서 확인한 게 하나 있어요. 제품의 진짜 해자는 기능 그 자체가 아니라, ‘누구에게 파느냐’를 통제하는 힘이라는 거예요. 좋은 제품은 베낄 수 있어도, 좋은 유통·접근 통제는 쉽게 못 베끼거든요.
프런티어 AI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이 정확히 이 지점이에요. 모델의 해자(기술 우위)와 지정학적 기능(누구를 이롭게 하느냐)이 하나의 레버로 합쳐졌어요. 바로 ‘API 접근을 누구에게 열어주느냐’라는 레버죠. 증류 때문에 모든 판매가 잠재적 능력 이전이 되는 순간, 약관을 집행하는 신뢰·안전팀이 사실상 수출 통제 기관 역할을 하게 돼요. 저는 이 변화가 이번 뉴스의 진짜 핵심이라고 봐요.
다만 한쪽 편을 들기 전에, 정직하게 두 가지는 짚어둘게요. 먼저 Anthropic식 전면 차단이 원칙적으로 깔끔해 보여도, 현실에선 우회 계정과 해외 법인 때문에 완벽히 막기 어렵고 매출 손실도 커요. 반대로 OpenAI식 ‘감시하며 판매’도 근거가 없진 않아요. 어차피 못 막을 바에는, 감시가 되는 창구로 유도해 증류를 잡아내는 편이 낫다는 논리는 실제로 지난달 알리바바 차단으로 한 번 작동했으니까요. 제 결론은 이래요. 증류의 경제학을 감안하면 국적을 무시한 접근 정책은 점점 방어하기 어려워지겠지만, 그렇다고 ‘차단이 곧 정답’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게으른 판단이에요. 이건 기술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은 누가 선을 그을 권한을 갖느냐는 제도 설계의 문제거든요.
마치며
오늘 이야기를 세 줄로 정리할게요.
첫째, GPT-5.6이 정부 검토를 거쳐 나온 같은 주에, OpenAI·Google은 블랙리스트 중국 기업의 자회사에 첨단 AI를 팔아온 사실이 드러났어요. 둘째, 미국은 칩은 통제하되 모델은 폭넓게 풀어둔 탓에, 접근을 막을지 말지의 결정이 사기업 세 곳에게 넘어갔어요. 셋째, 그래서 소버린 AI의 진짜 질문은 ‘누가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수도꼭지를 잠그느냐’예요.
구독자님이 만약 정책 결정자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국적으로 선을 긋는 Anthropic 방식과, 감시 가능성으로 선을 긋는 OpenAI 방식 중에서요. 둘 중 하나를 고르고 그 이유를 댓글로 짧게 남겨주시면, 다음 호에서 독자분들의 선택을 모아 함께 따져볼게요.
💬 Anthropic식 전면 차단 vs OpenAI식 감시 판매, 당신의 선택은? 이유와 함께 댓글로 들려주세요. 다음 호에 반영할게요. 📨 AI와 지정학의 교차점이 궁금한 동료가 있다면, 이 글을 전달해 주세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Financial Times, “OpenAI and Google sell AI models to blacklisted China groups”, 2026. ··· 오늘 글의 출발점이에요. OpenAI·Google·Anthropic의 상반된 입장이 한자리에 정리돼 있어요.
- Anthropic, “Updating restrictions of sales to unsupported regions”, 2025. ··· 중국 본사 기업을 왜 막는지 회사의 공식 논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요.
- Just Security, “The Case for Imposing Costs on China’s AI Distillation Campaigns”, 2026. ··· 증류가 왜 수출 통제의 사각지대인지, 오늘 글의 핵심 근거예요.
- Fortune, “Pentagon accuses Alibaba, Baidu, BYD of supporting the Chinese military”, 2026. ··· 1260H 리스트 확대의 배경과 규모(188개)를 확인할 수 있어요.
배경 지식
- McKinsey, “What is sovereign AI?” ··· 소버린 AI 개념의 표준적 정의부터 잡고 싶다면 여기부터요.
- Stanford HAI, “AI Sovereignty’s Definitional Dilemma” ··· ‘주권’이라는 말이 왜 이렇게 제각각으로 쓰이는지 짚어줘요.
- Federal Register, “Framework for Artificial Intelligence Diffusion”, 2025. ··· 모델 가중치 통제(ECCN 4E091)가 어떻게 생겼다가 사라졌는지 원문으로 볼 수 있어요.
- CSIS, “DeepSeek, Huawei, Export Controls, and the Future of the U.S.-China AI Race” ··· 칩과 모델을 둘러싼 미·중 경쟁의 큰 그림.
📝 용어 설명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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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Distillation): 성능이 좋은 모델의 답변(출력)을 대량으로 받아서, 그걸 교재 삼아 다른 모델을 훈련시키는 방법이에요. 원본의 능력을 훨씬 적은 비용으로 베껴올 수 있어서 문제가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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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티어 모델(Frontier Model): 그 시점에 성능이 가장 앞선 최첨단 AI 모델을 가리켜요. GPT-5.6, Fable 같은 모델이 여기에 해당해요. ↩
-
AI 디퓨전 룰: 2025년 미국이 만들려던 규칙으로, 처음으로 ‘모델 가중치(모델의 핵심 파라미터)‘까지 수출 통제 대상에 넣으려 했어요. 이후 철회돼서, 지금은 모델을 폭넓게 막는 규칙이 없어요. ↩
-
1260H 리스트: 미국 국방수권법 1260H 조항에 따라 국방부가 매년 갱신하는 ‘중국군 연계 기업’ 명단이에요. 국방부와의 계약은 막히지만, 민간 판매까지 자동으로 금지되는 건 아니에요. ↩
-
오픈 웨이트(Open Weight): 모델의 핵심 수치인 가중치를 공개해, 누구나 내려받아 자기 컴퓨터에서 돌릴 수 있게 한 모델이에요. 한번 풀리면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서 수출 통제가 특히 까다로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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