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제96호

UI 위에서 작동하는 짜증 경제, 에이전트가 무너뜨린다?!

구독 해지에 4페이지 6클릭, 이 짜증의 정체는 연 250조 원이나 되어요

UI 위에서 작동하는 짜증 경제, 에이전트가 무너뜨린다?!

들어가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얼마전 제가 다뤘던 어도비 다크패던 뉴스레터 기억 하시나요? 요즘 미국은 이 다크패턴 소송들이 결론이 연달아 나오면서 이 주제가 뜨거워요. 아마존 프라임을 해지해 본 적 있으세요? 4페이지를 넘기고, 6번을 클릭하고, 15개 선택지를 통과해야 해요. 아마존 직원들은 이 해지 절차를 내부적으로 ‘일리아드 플로우(Iliad Flow)‘라고 불렀어요.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만큼이나 길고 지난한 여정이라는 뜻이죠.

이건 아마존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스탠퍼드 경제학자 닐 마호니(Neale Mahoney)와 Groundwork Collaborative의 채드 마이젤(Chad Maisel)이 올해 2월 발표한 보고서는 이런 ‘짜증’의 총비용을 산출했어요. 미국 가계에 연간 1,650억 달러, 한화로 약 250조 원. 보고서는 이걸 ‘짜증 경제(Annoyance Economy)‘라고 불렀어요.

저는 이 보고서를 읽으면서 다른 질문이 떠올랐어요. 이 짜증이 작동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거든요. 사람이 화면 앞에 앉아서 직접 클릭해야 한다는 거예요. 만약 그 전제가 사라진다면?

🔍 250조 원짜리 짜증의 해부학

마호니와 마이젤의 보고서는 짜증 경제의 비용을 항목별로 분해했어요. 스팸·로보콜 피해가 330억 달러(약 50조 원), 보험 관련 행정 처리에 216억 달러(약 33조 원), 각종 숨겨진 수수료가 900억 달러(약 136조 원), 의료 대기 시간에 190억 달러(약 29조 원)예요. 하루 평균 1억 3천만 건의 스팸·불법 마케팅 전화가 미국에서 걸려오고, 월 200억 건의 스팸 문자가 발송돼요.

그런데 진짜 흥미로운 건 다음 대목이에요. 구독 해지를 어렵게 만든 기업들의 매출이 14%에서 최대 200%까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스탠퍼드의 아이나브(Liran Einav), 클로팩(Benjamin Klopack), 마호니가 2023년에 발표한 논문1​의 핵심 발견이에요.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게 단순한 실수나 관성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설계된 수익 모델이라는 뜻이죠.

아마존의 ‘일리아드 플로우’가 대표적이에요. 2025년 9월, FTC(미국 연방거래위원회)와의 재판이 시작된 지 3일 만에 아마존은 25억 달러(약 3.8조 원)에 합의했어요.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내부 이메일에는 직원들이 원치 않는 구독을 “말 못 할 암(unspoken cancer)“이라고 부르고, 구독 유도 행위를 “좀 음침한 세계(a bit of a shady world)“라고 표현한 내용이 담겨 있었어요.

짜증은 버그가 아니에요. 기능(feature)이에요.

그리고 그 피해는 지갑에만 머물지 않아요. 2019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거의 4분의 1이 행정적 번거로움 때문에 의료 서비스를 미루거나 포기한 경험이 있었어요. 진료 예약, 보험 청구, 서류 처리에 들어가는 시간만 연간 216억 달러어치예요. 짜증 경제는 돈과 시간만 빼앗는 게 아니라, 건강까지 갉아먹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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