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제70호

아이를 지키겠다는 법이, 인터넷의 문을 바꾸고 있어요

아동 보호는 진짜 문제예요. 하지만 그 해법이 모두의 신원을 운영체제에 새기는 것이어야 할까요?

아이를 지키겠다는 법이, 인터넷의 문을 바꾸고 있어요

들어가며

구독자님, 지난주 리눅스 커뮤니티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어요. 대부분의 리눅스 배포판이 사용하는 핵심 시스템 관리자인 systemd에 birthDate라는 필드가 추가된 거예요. 사용자의 생년월일을 운영체제 수준에서 저장하는 필드인데요.

systemd 창시자 레나르트 포에터링은 “선택적 필드일 뿐, 정책 엔진도 아니고 앱용 API도 아니다”라고 해명했어요. 하지만 이 작은 필드가 추가된 이유를 따라가 보면, 훨씬 큰 그림이 보여요.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브라질 등에서 통과된 연령인증법1​에 대응하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이 법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아동 보호 정책이 아니에요. 운영체제가 사용자의 나이를 모든 앱에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인프라를 의무화하는 법이에요. 그리고 그 뒤에는, 뜻밖의 수혜자가 있어요.

운영체제가 나이를 검사하는 세상

2025년 10월,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이 서명한 AB-1043(디지털 연령 보증법)은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돼요. 이 법의 핵심을 정리하면 이래요.

모든 운영체제 제공자는 계정 설정 시 사용자의 생년월일이나 나이를 수집해야 해요. 그리고 이 정보를 기반으로 앱 개발자가 요청하면 실시간 API를 통해 사용자의 연령 구간(13세 미만, 13~15세, 16~17세, 18세 이상)을 전달해야 해요.

여기서 “운영체제 제공자”의 정의가 중요해요. 법 원문에 따르면 “컴퓨터, 모바일 기기, 또는 기타 범용 컴퓨팅 기기의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를 개발, 라이선스 또는 통제하는 자”예요. Windows, macOS, iOS, Android는 물론이고 리눅스 배포판과 Valve의 SteamOS까지 해당돼요.

이건 특정 성인 사이트에 접속할 때 나이를 확인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기기를 켜는 순간부터 사용자의 연령 정보가 운영체제에 내장되고, 설치된 모든 앱이 이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상시 신원확인 인프라가 되는 거예요.

캘리포니아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유타(SB-142)와 루이지애나(HB-570)에서는 이미 유사한 법이 시행 중이고, 콜로라도(SB26-051)는 상원을 28대 7로 통과해 하원 심의 중이에요. 뉴욕(S8102A)은 한발 더 나아가 자가 신고를 금지하고 생체인식이나 정부 ID 검증을 요구해요. 일리노이, 오하이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유사 법안이 계류 중이고, 연방 차원에서는 KOSA와 ASAA가 진행 중이에요.

이 법들의 공통 템플릿은 ICMEC(국제아동실종착취예방센터)가 만든 “디지털 연령 보증법(Digital Age Assurance Act)“이에요.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패턴이 있어요. 이 법들은 앱 스토어와 운영체제에 의무를 부과하면서, 정작 아동에게 직접 콘텐츠를 노출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는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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