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서 가장 늦게 도착한 감각
지능은 머리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진짜 체화된 AI는 아직 '코'가 없어요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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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낯선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게요. AI가 의사·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고, AI가 설계한 항암제가 임상에 들어가고, AI 에이전트가 이메일을 정리해 주는 시대잖아요. 그런데 최근에 제가 Noema 매거진에서 읽은 기사 하나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AI에게 후각을 주는 연구는 왜 이렇게 느릴까?”
숫자 하나만 먼저 말씀드릴게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동안, 기계 후각(machine olfaction)1에 관한 논문 수는 컴퓨터 비전과 자연어 처리 논문 수의 1%에도 못 미쳤어요. NeurIPS, ICLR, ICML 같은 대형 AI 학회도 사실상 후각을 다루지 않고요. 심지어 요즘 쏟아지는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들 대부분이 후각 센서를 아예 빼놓고 설계하고 있어요.
단순한 우선순위 문제로 보일 수 있어요. “시각·언어가 먼저고 후각은 나중”이라는 식이죠. 그런데 오늘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저는 이게 순서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보거든요. 그 구조의 정체를 한번 풀어볼게요.
과장된 헤드라인과 진짜 빈칸
사실 “냄새 맡는 AI”라는 표현 자체는 새롭지 않아요. “Computers Are Learning to Smell”(The Atlantic), “AI is digitizing our sense of smell”(세계경제포럼) 같은 헤드라인이 몇 년째 반복돼 왔어요. 그런데 Noema 기사는 이 헤드라인들이 대부분 과장됐다고 짚어요. 예를 들어 BBC Future의 “An AI started ‘tasting’ colours and shapes”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면, 실제로 일어난 일은 LLM이 학습 데이터 속의 “단 것은 분홍색이고 둥글다”는 인간의 연상 패턴을 그대로 반복한 것뿐이에요. AI가 뭘 맡은 게 아니라, 인간이 냄새에 대해 써놓은 텍스트를 복사해 붙인 거예요. 그러니까, 냄새를 “맡은게” 아니라 냄새를 묘사한 것이죠.
그런데 왜 이 이야기가 지금 중요해졌을까요? 최근 “LLM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논의가 나오면서, AI 연구자들 사이에선 월드 모델(world model)2이 시각·청각·촉각 같은 다양한 감각 데이터로 세상을 내부적으로 재구성하는 시스템의 다음 돌파구로 떠올랐거든요. 그리고 후각은, 인간이 하루에 받아들이는 감각 정보량으로 따지면 시각·청각에 이은 세 번째예요.그런데 월드 모델을 만드는 연구들 대부분이 이 세 번째 채널을 통째로 빼놓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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