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제대로 안 보는 대가
서양 과학자들이 중국 논문을 무시한 결과

들어가며
구독자님, 2025년 중국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 수는 미국·영국·독일·일본 연구자들의 합산과 맞먹어요. Nature Index1 상위 10개 기관 중 8개가 중국 소속이고, 하버드대학은 저장대학에 1위 자리를 내줬어요. 중국과학원(CAS) 한 곳의 연구 성과가 하버드의 2.4배에 달해요.
그런데 이 논문들을 서양 연구자들은 거의 읽지 않아요. 올해 발표된 두 편의 대규모 분석이 그 증거를 숫자로 보여줬어요.실제로 인공지능 학계에선 우스개 소리로 아래와 같은 말이 있어요.
AI is build by Chinese in China and Chinese in the United States. 인공지능은 중국에 있는 중국인과 미국에 있는 중국인이 만든다.
이건 학술 정치의 문제가 아니에요. 같은 실험을 지구 양쪽에서 따로 수행하고, 돌파구가 더디게 퍼지며, 결국 ‘안 보는 쪽’이 비용을 치르는 구조적 문제예요. 그리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선택적 맹점’은 서양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한국에도 정확히 같은 패턴이 있어요.
숫자로 본 무시, 인용이 국경에 막히다
올해 발표된 두 편의 연구가 이 현상을 데이터로 드러냈어요.
첫 번째는 UC 버클리의 아비섹 나가라지와 MIT의 란돌 야오가 1월에 발표한 NBER 워킹 페이퍼예요. 1980년부터 2022년까지 수천만 편의 영어 학술 논문 인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 논문에 대한 인용 중 자국 외부에서 온 비율은 약 3분의 1에 불과했어요. 같은 기간 미국과 EU는 외부 인용 비율이 절반 수준이었어요. 이 격차는 상위 5% 저널에 실린 논문이나, 피인용 상위 1% 논문으로 좁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좋은 저널에 실려도 안 읽히는 거예요.
두 번째는 중국-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이 4월에 프리프린트 서버 arXiv2에 올린 분석이에요. 이 연구는 한 걸음 더 들어가서, 논문 생산량 같은 변수를 통제한 뒤에도 서양 연구자들의 중국 논문 인용이 기대치보다 현저히 낮다는 결과를 보여줬어요. 특히 비대칭이 뚜렷했어요. 중국 연구자들은 미국 논문을 기대 이상으로 인용하는 반면, 미국 연구자들은 중국 논문을 기대 이하로 인용하고 있었어요.
물론 이 수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요. 중국 연구자들끼리 과도하게 상호 인용하면서 지표를 끌어올리는 관행이 첫 번째 결과를 왜곡했을 수 있고, 두 번째 연구는 국가별 평균 연구 품질의 차이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했어요. MIT의 피에르 아줄레 교수팀이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에 발표한 관련 연구를 보면, 자국 편향(home bias)3을 보정했을 때 중국의 글로벌 인용 순위는 2위에서 4위로 떨어져요. 중국의 자국 내 인용 부풀리기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게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에요. 아줄레 교수팀의 같은 연구에서 미국의 home bias도 기대치보다 16% 높게 나왔거든요. 중국의 자국 편향이 크다는 사실이 서양의 과소 인용을 면제해 주지는 않아요. 두 현상은 동시에 존재해요.
흥미로운 건 분야별 차이예요. 나가라지와 야오가 이코노미스트 요청으로 분야별 분석을 추가한 결과, 화학이나 공학처럼 중국 연구실이 최전선 연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분야에서 자국 내 인용이 특히 높게 나타났어요. 이 분야에서는 해외에 인용할 만한 동료 연구자가 적으니까요. 즉 ‘자국 인용 비율이 높다’는 수치 뒤에는 ‘그 분야의 최전선이 이미 중국’이라는 현실이 숨어 있을 수 있어요. 무시라고만 볼 수 없는, 더 복잡한 지형이 펼쳐지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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