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테크 제139호 ·

중국을 제대로 안 보는 대가

서양 과학자들이 중국 논문을 무시한 결과

중국을 제대로 안 보는 대가

들어가며

구독자님, 2025년 중국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 수는 미국·영국·독일·일본 연구자들의 합산과 맞먹어요. Nature Index1​ 상위 10개 기관 중 8개가 중국 소속이고, 하버드대학은 저장대학에 1위 자리를 내줬어요. 중국과학원(CAS) 한 곳의 연구 성과가 하버드의 2.4배에 달해요.

그런데 이 논문들을 서양 연구자들은 거의 읽지 않아요. 올해 발표된 두 편의 대규모 분석이 그 증거를 숫자로 보여줬어요.실제로 인공지능 학계에선 우스개 소리로 아래와 같은 말이 있어요.

AI is build by Chinese in China and Chinese in the United States. 인공지능은 중국에 있는 중국인과 미국에 있는 중국인이 만든다.

이건 학술 정치의 문제가 아니에요. 같은 실험을 지구 양쪽에서 따로 수행하고, 돌파구가 더디게 퍼지며, 결국 ‘안 보는 쪽’이 비용을 치르는 구조적 문제예요. 그리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선택적 맹점’은 서양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한국에도 정확히 같은 패턴이 있어요.

숫자로 본 무시, 인용이 국경에 막히다

올해 발표된 두 편의 연구가 이 현상을 데이터로 드러냈어요.

첫 번째는 UC 버클리의 아비섹 나가라지와 MIT의 란돌 야오가 1월에 발표한 NBER 워킹 페이퍼예요. 1980년부터 2022년까지 수천만 편의 영어 학술 논문 인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 논문에 대한 인용 중 자국 외부에서 온 비율은 약 3분의 1에 불과했어요. 같은 기간 미국과 EU는 외부 인용 비율이 절반 수준이었어요. 이 격차는 상위 5% 저널에 실린 논문이나, 피인용 상위 1% 논문으로 좁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좋은 저널에 실려도 안 읽히는 거예요.

두 번째는 중국-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이 4월에 프리프린트 서버 arXiv2​에 올린 분석이에요. 이 연구는 한 걸음 더 들어가서, 논문 생산량 같은 변수를 통제한 뒤에도 서양 연구자들의 중국 논문 인용이 기대치보다 현저히 낮다는 결과를 보여줬어요. 특히 비대칭이 뚜렷했어요. 중국 연구자들은 미국 논문을 기대 이상으로 인용하는 반면, 미국 연구자들은 중국 논문을 기대 이하로 인용하고 있었어요.

물론 이 수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요. 중국 연구자들끼리 과도하게 상호 인용하면서 지표를 끌어올리는 관행이 첫 번째 결과를 왜곡했을 수 있고, 두 번째 연구는 국가별 평균 연구 품질의 차이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했어요. MIT의 피에르 아줄레 교수팀이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에 발표한 관련 연구를 보면, 자국 편향(home bias)3​을 보정했을 때 중국의 글로벌 인용 순위는 2위에서 4위로 떨어져요. 중국의 자국 내 인용 부풀리기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게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에요. 아줄레 교수팀의 같은 연구에서 미국의 home bias도 기대치보다 16% 높게 나왔거든요. 중국의 자국 편향이 크다는 사실이 서양의 과소 인용을 면제해 주지는 않아요. 두 현상은 동시에 존재해요.

흥미로운 건 분야별 차이예요. 나가라지와 야오가 이코노미스트 요청으로 분야별 분석을 추가한 결과, 화학이나 공학처럼 중국 연구실이 최전선 연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분야에서 자국 내 인용이 특히 높게 나타났어요. 이 분야에서는 해외에 인용할 만한 동료 연구자가 적으니까요. 즉 ‘자국 인용 비율이 높다’는 수치 뒤에는 ‘그 분야의 최전선이 이미 중국’이라는 현실이 숨어 있을 수 있어요. 무시라고만 볼 수 없는, 더 복잡한 지형이 펼쳐지고 있는 거예요.

왜 안 보는가? 신뢰, 무지, 지정학의 삼중주

이 ‘선택적 맹점’에는 세 겹의 원인이 겹쳐 있어요.

첫째, 신뢰의 적자예요. Retraction Watch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 중국 소속 연구자의 논문 중 30,977편이 철회되었어요. 이건 전 세계 철회 논문의 55.3%에 해당해요. 1996년에서 2025년 사이 중국 저자 논문의 철회 확률은 미국·영국의 약 6배였어요. 중국 정부가 2020년 논문 건수에 따른 보너스 지급과 발표 실적 할당제를 금지하고, 논문 공장(paper mill)4​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평판은 무너지는 데 1년, 회복하는 데 10년이 걸려요.

둘째, 문화적 무지예요. 옥스퍼드대학의 도로시 비숍 교수는 서양 연구자들이 중국 기관의 위계를 잘 모르고, 비슷하게 들리는 기관명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지적해요. 저장대학(浙江大学)과 저장공업대학(浙江工业大学)의 차이, 중국과학원 산하 수십 개 연구소의 서열 등 이런 맥락 없이는 논문의 출처 신뢰도를 판단하기 어렵고, 판단이 어려우면 안 읽는 쪽으로 기울어요.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인 성씨가 제1저자인 논문의 인용 편향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저자 정보를 가리는 것’이었어요. 미국 기관 소속으로 바꾸는 것도 편향을 16% 줄여줬지만, 아예 성씨를 이니셜로만 표기하면 편향이 더 크게 감소했어요. Nature처럼 숫자 기반 인용 방식을 쓰는 저널에서는 이 문제가 덜하다는 점도 시사적이에요.

셋째, 지정학이 접점 자체를 줄이고 있어요. 중국 논문의 국제 공저 비율은 2000~2019년 평균 24%에서 2024년 18%로 떨어졌어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외국 간섭 조사는 중국 출신 연구자들과의 협업에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만들었고, 2024년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 협력자가 있는 미국 연구자들은 다른 나라 협력자가 있는 동료들보다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어요. 정치적 리스크가 학술 협업의 비용을 높인 거예요.

이 세 가지는 따로 작동하지 않아요. 철회 이력이 불신을 만들고, 불신이 무관심을 낳고, 지정학이 접점 자체를 줄이는 악순환이에요. 그리고 접점이 줄어들면 상대를 ‘제대로 볼’ 기회 자체가 사라져요. 학술 컨퍼런스에서 만나고, 공동 연구를 하고, 서로의 연구실을 방문하는 경험이 줄어들수록, 논문 속 이름은 점점 더 낯설어지고, 낯선 이름의 논문은 점점 더 안 읽히게 돼요.

한국의 선택적 맹점, 과장하거나, 무시하거나

여기서 한국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제가 오래전부터 이야기해 온 게 있는데요. 한국이 이상하게 과장해서 보는 분야가 중국의 반도체이고, 이상하리만큼 과소평가하는 분야가 중국의 이차전지예요.

중국 반도체는 미국의 수출 통제 덕분에 ‘위기’와 ‘추격’ 서사가 과잉 생산돼요. CXMT, SMIC의 7nm 공정이 이슈가 될 때마다 “삼성이 따라잡힌다”는 보도가 쏟아지지만, 수율이나 양산 역량의 구체적 맥락은 빠져요. 반면 중국 이차전지(CATL, BYD 등)는 이미 글로벌 시장점유율에서 한국 업체들을 넘어선 지 오래인데, 이 숫자가 한국 언론에서 정면으로 다뤄지는 빈도는 놀라울 만큼 낮아요.

서양이 중국 과학 논문을 무시하는 것과 한국이 중국 이차전지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같은 구조예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불편한 것은 안 보는 것. 위협적이라고 느끼는 분야는 과장하고, 이미 뒤처진 분야는 외면하는, 결국 상대의 전체 모습을 제대로 보지 않는 거예요.

서양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돼요. DeepSeek이 등장했을 때 “중국 소프트웨어는 결국 따라하기”라는 반응이 먼저 나왔지만, 실제로는 추론 비용 효율에서 독자적 성과를 보여줬어요.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 만에 17% 빠진 건 시장이 그 성과를 ‘인정’한 순간이었어요. 중국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얕보는 것도, 논문을 안 읽는 것도, 전부 같은 선택적 맹점의 변주예요.

이 맹점의 비용은 구체적이에요. 양쪽에서 같은 연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면 인류 전체의 연구 효율이 떨어져요. 한쪽이 이미 밝혀낸 결과를 모른 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니까요. 기후변화, 감염병, 식량 안보 같은 글로벌 과제에서 이런 중복은 단순한 비효율이 아니라 시간의 낭비예요.

한편 Nature Index에서 한국은 현재 7위예요. 2023년 대비 점유율이 4.1% 증가하면서 캐나다를 추월했고, 물리과학 분야에서는 4위까지 올라갔어요. 미국, 독일, 영국 등 주요 서양 국가들의 점유율이 7% 이상 하락하는 동안 한국은 성장했어요. 생물과학 분야에서는 점유율이 11% 이상 늘었어요. 서양이 줄어들고 중국이 치솟는 사이에서, 한국은 조용히 올라가고 있는 거예요.

더 중요한 건 한국의 위치예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과의 국제 협업 지수(ICI)가 1.1로 유의미한 수준이면서, 동시에 중국으로부터도 기대 수준에 가까운 인용을 받고 있어요. 미·중 양쪽과 학술 접점을 유지하는 이 ‘다리’ 포지션이 한국 과학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에요. 하지만 선택적 맹점에 편승하면(한쪽만 보고 다른 쪽을 무시하면) 이 자산을 스스로 버리는 셈이에요.

오스왈드의 시선

저는 이 문제를 ‘과학’의 관점보다 ‘GTM(시장 진입 전략)‘의 관점에서 봐요.

GTM 전략을 수립하면서 수없이 봐온 패턴이 하나 있어요.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유통이 안 돼요. 그리고 신뢰는 품질 개선과 동시에 오는 게 아니라, 항상 시차를 두고 따라와요. 중국 과학이 지금 겪고 있는 게 정확히 이 ‘신뢰의 시차’ 문제예요. 품질은 Nature Index 1위 수준으로 올라왔는데, 평판은 아직 철회 논문 55%의 그림자에 갇혀 있어요.

그런데 이번 인용 데이터가 보여주는 건 그보다 더 무서운 구조예요. 보통은 시차가 있어도 결국 시장이 품질을 인정하게 돼요. 그런데 지정학이 개입하면 그 시차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벌어져요. 접점 자체가 줄어드니까요. 국제 공저 비율이 24%에서 18%로 떨어졌다는 건, 서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채널 자체가 좁아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저는 한국이 이 맹점의 관찰자가 아니라 당사자라고 봐요. 반도체 과장, 배터리 과소평가, 중국 소프트웨어 얕보기는 전부 ‘제대로 보지 않는’ 같은 구조의 변주예요. 그리고 맹점의 대가는 항상 안 보는 쪽이 치러요. 시장에서도 그렇고, 연구실에서도 그래요.

한국이 Nature Index 7위이면서 미·중 양쪽과 관계를 유지하는 위치에 있다는 건, 양쪽의 맹점을 메워줄 수 있는 포지션에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이걸 전략적으로 활용할 건지, 한쪽의 맹점에 편승할 건지, 그게 앞으로 한국 과학과 산업의 경로를 가를 거라고 생각해요.

마치며

서양이 중국 논문을 무시하고, 한국이 중국 배터리를 과소평가하고, 서양이 중국 소프트웨어를 얕보는 것은 전부 ‘제대로 안 보는 것’의 변주예요. 그리고 안 보는 동안에도 상대는 계속 전진해요.

Nature Index 상위 10개 기관 중 8개가 중국인 세계에서, ‘안 보기’는 무시가 아니라 비용이에요. 같은 실험을 양쪽에서 따로 하는 비용, 돌파구가 느리게 퍼지는 비용, 그리고 판이 바뀐 줄도 모르고 있는 비용이에요. 한국이 미·중 양쪽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무한하지 않아요. 지금이 선택의 순간이에요.

구독자님은 본인의 분야에서 중국의 어떤 부분을 의도적으로 ‘안 보고’ 계신가요? 댓글로 이야기해 주세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Abhishek Nagaraj & Randol Yao, “The Geography of Science”, NBER Working Paper #34694, 2025. : 1980~2022년 수천만 편의 논문 인용 데이터를 분석한 핵심 연구예요. 중국 논문의 외부 인용 비율이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발견이 이 뉴스레터의 출발점이에요.
  • Shumin Qiu, Claudia Steinwender & Pierre Azoulay, “Paper Tiger? Chinese Science and Home Bias in Citations”,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 157, 2025. : home bias 보정 후 중국의 글로벌 인용 순위가 2위에서 4위로 떨어지는 과정을 보여줘요. 무역의 자국 편향과 과학 인용의 자국 편향을 비교한 분석이 특히 흥미로워요.
  • More than half of all retracted papers are from China, analysis finds”, Chemistry World, 2026.4. : Retraction Watch 데이터 기반으로 중국 논문 철회 현황을 정리한 최신 보도예요.
  • Nature Index 2025 Research Leaders”, Nature Index, 2025.6. : 한국 7위 등극, 중국 1위 확대, 서양 주요국 하락을 포함한 국가별 연구 성과 순위의 원본 데이터예요.

배경 지식

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이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통계 및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와 KMBA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각주

  1. Nature Index: 네이처 출판그룹이 145개 주요 자연과학·보건과학 저널에 발표된 논문을 기준으로 국가와 기관의 연구 성과를 매기는 순위예요. 논문 수가 아니라 각 저자의 기여분(Share)을 계산하기 때문에, 단순 편수 비교보다 정교해요.

  2. arXiv (아카이브): 학술 논문을 동료 심사(peer review) 전에 미리 공개하는 프리프린트 서버예요. 물리학·수학·컴퓨터과학 분야에서 널리 쓰이며, 최신 연구를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 채널이에요.

  3. Home bias (자국 편향): 연구자들이 자국 논문을 기대치 이상으로 많이 인용하는 경향이에요. 무역에서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인데, 과학 인용에서도 같은 패턴이 관찰돼요. 중국의 자국 편향은 57.2%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아요.

  4. 논문 공장 (Paper mill): 가짜 또는 극히 낮은 품질의 학술 논문을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업체예요. 조작된 데이터, 표절된 구조, 매수된 동료 심사를 조합해 저널에 게재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