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제55호

저널리즘을 데이터로 측정하면 생기는 일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에 이식한 건 구조조정이 아니라, 아마존의 운영 철학이에요

저널리즘을 데이터로 측정하면 생기는 일

들어가며

구독자님, 지난 3월 13일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어요.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 D.C. 자택에 워싱턴포스트 간부들을 초대한 거예요. 커피 스테이션 옆에는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의 부서진 자물쇠가 전시되어 있었고요. 90분짜리 세션 두 차례, 사이에 점심. 여기까지는 평범한 미디어 오너의 타운홀처럼 보여요.

그런데 회의 시작 방식이 독특했어요. 참석자 전원이 배포된 메모를 침묵 속에서 읽었어요. 워싱턴포스트의 사업 궤적과 데이터 활용에 관한 상세한 문서를. 아마존에서 일해본 분이라면 이 장면이 낯설지 않을 거예요. 이건 아마존의 ‘6페이지 메모’ 회의 문화 그 자체거든요.

베조스는 단순히 신문사의 비용을 줄이려는 게 아니에요. 아마존이라는 회사를 만든 운영 철학 —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효율성 극대화, 메트릭으로 증명하라는 문화 — 을 148년 된 언론사에 이식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두 가지 개념이 있어요. ‘스토리 유닛 단가’‘오디언스 밸류 스코어’. 오늘은 이 두 지표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저널리즘에 이걸 적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3년간 3억 달러가 사라진 곳

먼저 숫자를 짚어볼게요. 워싱턴포스트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적자를 냈어요. 2025년에만 1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고, 3년 누적 손실은 약 3억 달러(한화 약 4,000억 원)에 달해요. 2013년에 베조스가 이 신문을 인수한 금액이 2억 5,000만 달러였으니, 인수가보다 더 많은 돈이 적자로 날아간 셈이에요.

문제의 구조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래요: 비용은 올라갔는데, 생산량은 줄었다.

CFO 출신으로 새 대행 CEO가 된 제프 디오노프리오가 타운홀에서 직원들에게 제시한 수치는 이래요:

  • 2020년 대비 기사 발행 건수 42% 감소
  • 같은 기간 뉴스룸 비용은 16% 증가
  • 기자 1인당 기사 생산량 36% 하락
  • 뉴스·오피니언 총 페이지뷰 48% 감소
  • 일부 영역에서는 기사 한 건 발행에 수천 달러의 비용 디오노프리오는 이걸 아마존 슬라이드 덱에서 나올 법한 한마디로 요약했어요. “비용은 증가하고 산출물은 감소했다. 2020년 이후 스토리 유닛당 비용이 두 배가 됐다.”

여기서 ‘스토리 유닛’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기사를 ‘유닛(unit)‘이라고 부르는 순간, 저널리즘은 제조업의 언어 체계로 들어가요. 공장에서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계산하듯, 기사 한 건의 생산 원가를 추적하겠다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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