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제117호

Apple도 EU도 멈춘 길, 한국만 걷고 있어요

7월부터 커뮤니티 이미지 전수 스캔, 비용은 전액 사업자 부담. 이번 글을 유료 구독자 전용 글에서, 구독자님의 요청으로 더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전체 공개로 전환 되었습니다. 많은 공유 및 구독 부탁드립니다. 공유를 제안 주신

Apple도 EU도 멈춘 길, 한국만 걷고 있어요

이번 글을 유료 구독자 전용 글에서, 구독자님의 요청으로 더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전체 공개로 전환 되었습니다. 많은 공유 및 구독 부탁드립니다. 공유를 제안 주신 제임스님 감사합니다.

들어가며

지난 4월 30일, 루리웹 운영자 진인환 씨가 공지 하나를 올렸어요. “7월 1일부터 모든 이미지에 AI 필터링을 거쳐야 합니다.” 게임 커뮤니티에 사진 한 장 올리는 데, 업로드 버튼을 누르면 AI가 먼저 들여다본다는 이야기예요.

이유는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런데 이 조치가 알려지자마자 에펨코리아, 디시인사이드, 클리앙까지 주요 커뮤니티들이 일제히 반발했어요. 같은 시기, 해외에서는 Hacker News와 Privacy Guides에 “한국이 모든 이미지를 AI로 검열한다”는 글이 퍼지기 시작했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이건 단순한 국내 규제 이슈가 아니에요. Apple도, EU도 똑같은 기술을 검토했다가 멈춘 길이거든요. 한국만 걷고 있는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오늘 함께 짚어볼게요.

7월 1일, 한국 인터넷에 무슨 일이 벌어지나

2026년 4월 28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됐어요. 핵심은 한 줄이에요.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를 위한 사전 차단 대상이 동영상에서 이미지까지 확대된 거예요.

7월 1일 시행이고, 연말까지 6개월 계도기간이 붙어요. 방미통위는 지난해 12월 설명회에서 시행 일정을 안내했고 이후 수차례 공문을 보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장비 수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어요.

대상은 연매출 10억 원 이상이거나 일평균 이용자 10만 명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 약 80곳이에요. 구글, 메타, X 같은 해외 사업자도 국내 이용자 10만 명 이상이면 포함돼요. 루리웹, 에펨코리아, 디시인사이드 같은 국내 커뮤니티는 물론이고요. 작동 방식은 이래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이미 심의·의결한 불법촬영물의 디지털 식별정보(해시값)를 사업자에게 제공하면, 사업자는 이용자가 이미지를 업로드할 때 이 식별정보와 대조해요. 일치하면 게시가 차단되는 구조예요. AI가 모든 이미지의 내용을 판독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확인된 불법 콘텐츠의 디지털 지문과 매칭하는 방식이에요. 다만 매칭이든 판독이든, 업로드되는 모든 파일을 서버에서 대조해야 하는 건 같아요. 인프라 부담은 달라지지 않아요.

문제는 이걸 실행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예요. 정부가 2021년에 공개한 권장 서버 사양 문서를 보면 꽤 놀라워요. 3.7GHz 16코어 CPU, 128GB RAM, 48GB 이상 VRAM을 가진 데이터센터급 GPU가 최소 1개 필요해요. GPU 소비전력만 250~300W이고, 서버 전체 소비전력은 2,000W 이상이에요. 여기에 중요한 조건이 하나 더 붙어요. NVIDIA 라이선스 정책상 일반 소비자용 GPU, 그러니까 RTX 2060이나 RTX 3060 같은 GeForce 계열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이 제한돼요. 정부 문서에서도 Quadro 계열 워크스테이션용 제품을 권장하고 있어요. NVIDIA A6000 같은 모델이 여기 해당하는데, 2026년 반도체 가격이 치솟은 상황에서 GPU 한 장에 수백만 원, 서버 한 대 구축에 수천만 원에서 억 원대 비용이 들어요.

그리고 이 비용은 전액 사업자 부담이에요. 정부 보조는 없어요. 서버를 돌리는 데 드는 전기료와 유지보수 비용도 고스란히 사업자 몫이고요.

사실 이 부담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에요. 동영상에 대한 AI 필터링이 먼저 시행되었을 때, 이미 2022년에 에펨코리아 운영자가 리소스 부담이 상당하다고 공개적으로 호소한 적이 있어요. 이제 이미지까지 확대되면서 비용이 또 한 번 뛰는 거예요.

루리웹 운영자는 “불법촬영물에 걸릴 수준의 이미지나 영상은 의무 대상 사이트에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고 지적했어요. 핵심을 찌르는 발언이에요. 에펨코리아 운영자도 5월 28일 공식 입장을 내며, 이번엔 형평성 문제를 정면으로 꺼냈어요. 실제로 불법촬영물이 유통되는 텔레그램이나 X(구 트위터)도 규제 대상이에요. 방미통위도 “이미 해외 사업자 10여 곳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어요. 하지만 텔레그램처럼 국내에 사업자 등록 자체를 하지 않는 플랫폼에는 이행을 강제할 현실적 수단이 없어요. 불법촬영물의 실제 유통 경로가 이런 사각지대에 집중돼 있다는 게 운영자들의 핵심 반발이에요.

물론 다른 시각도 있어요. “그동안 중대형 커뮤니티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는 비판이에요. 해외 주요 플랫폼들은 최소한 연령 인증(age verification)이나 콘텐츠 모더레이션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한국 커뮤니티들은 이런 안전장치 없이 성장해 왔다는 거예요. 불법촬영물을 사실상 방치해 온 것이 더 큰 문제이고, 이 정도의 의무는 지금이라도 져야 한다는 논리예요. 이 시각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책임져야 한다’는 것과 ‘어떤 방식으로 책임지게 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예요.

정리하면 이런 구도예요. 규칙을 지키며 운영해 온 국내 커뮤니티에는 억 원대 인프라 의무가 부과되고, 문제의 진원지인 해외 플랫폼은 법의 그물 바깥에 있는 거예요. 같은 GPU를 로컬 AI 서비스 개발이나 이미지 생성 모델 운용에 쓸 수 있는 자원이, 사실상 검열 인프라에 묶여버리는 셈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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