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틸 요즘 뭐해? 실리콘밸리의 이론이 국가 단위 실험장을 찾았어요
체스 3등이 된 억만장자의 플랜B

들어가며
구독자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체스 클럽에서 벌어진 일이에요. 회계사, 대학생, 초등학생들 사이에 낯선 참가자가 끼어 앉았어요. 피터 틸.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팔란티어 회장, 순자산 약 110억 달러의 억만장자였어요. 결과는 3등이었고, 같이 경기한 참가자에 따르면 “나쁘지 않게” 뒀다고 해요.
그런데 이건 관광객의 한나절 취미가 아니에요. 피터 틸은 지난 두 달간 밀레이 대통령과 회동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최고급 주택가에 저택을 사고, 자녀를 현지 학교에 등록시켰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건 억만장자의 절세 이민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에서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자유지상주의1가 국가 단위 실험장을 찾은 사건이에요.
개인적으로 재밌게 보는 사람이 피터 틸, 밥 아이거, 짐 매켈비, 잭 도시 등이 있는데요. 일론 머스크나 젠슨 황, 마크 주커버그는 언론의 관심이 많다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언론이 보도를 뜨겁게 하는 방면 앞서 말한 이들은 약간 뒤로 물러났다보니 열심히 안찾아 보면 뭐하는지 잘 안보이더라구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열심히 찾아보는 편인데 최근 피터 틸이 하고 있는게 재밌어서 이번 레터에서 풀어보고자 해요.
캘리포니아를 밀어낸 힘, 아르헨티나가 끌어당긴 힘
틸의 아르헨티나 행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 흐름을 동시에 봐야 해요.
밀어내는 힘부터 볼게요. 캘리포니아에서 올 11월 투표에 부쳐질 ‘억만장자 부유세법(2026 Billionaire Tax Act)‘은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인 거주자에게 일회성 5% 부유세를 매기는 법안이에요. 기준일은 2026년 1월 1일로 소급 적용되고요. 단순히 5%라고 하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이 세금은 의결권 지분 기준으로 부과돼요. 이중 의결권 주식 구조를 가진 테크 창업자에게는 실질 세율이 훨씬 높아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구글 지분 3%를 보유하지만 의결권 30%를 통제하는 래리 페이지의 경우, 30% 전체에 과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요.
이 법안이 공개된 직후 벌어진 일이 인상적이에요.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캘리포니아 법인 45개를 폐쇄하고 마이애미에 1억 7,300만 달러 부동산을 매입했어요. 세르게이 브린은 투자 LLC 15개를 네바다로 이전했고요. 마크 저커버그도 플로리다에 저택을 샀어요. 캘리포니아의 추정 억만장자 214명 중 최소 6명이 기준일 전후로 주를 떠났어요. 벤처 투자자 벤 호로위츠는 팟캐스트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실리콘밸리 네트워크 효과를 깨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는데, 이 세금이야말로 내가 본 최고의 전략이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캘리포니아에 남겠다고 밝혔고,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도 마찬가지예요.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의 차이가 흥미로운데요. 대체로 하드웨어·플랫폼 기업의 창업자는 남고, 금융·투자 중심의 자산가가 떠나는 패턴이 보여요. 틸도 후자에 해당하고, 그가 택한 목적지가 아르헨티나였어요.

끌어당기는 힘도 만만치 않아요. 하비에르 밀레이2 대통령 취임 이후 아르헨티나의 거시 경제 지표는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어요. 연간 인플레이션이 2023년 200%대에서 2025년 말 약 32%로 내려왔고, 2025년 GDP 성장률은 4.4%를 기록했어요. 정부 기관 10곳을 폐지하고, 공무원 3만 4,000명을 해고하고, 재정 지출을 30% 삭감했어요. 국가 위험도 지표는 취임 전 2,000bp에서 현재 약 500bp까지 하락했고요. 밀레이 본인은 올해 의회 개원 연설에서 “아르헨티나를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90개 개혁 법안을 예고했어요. 미국과의 자유무역 투자 협정(ARTI)도 6개월 만에 협상을 마무리했고요. 다만 이 수치들의 이면도 있어요. 경제자유도 지수에서 아르헨티나는 오히려 99위에서 104위로 하락했는데, 밀레이 측근의 부패 의혹과 지방 정부 수준의 거버넌스 문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에요.
밀레이의 각료실장 마누엘 아도르니는 의회에서 틸의 이주에 대해 이렇게 답했어요. “규제가 늘고, 세금이 오르고, 시민을 박해하는 나라에서 도망치고 싶은 전 세계 억만장자는 아르헨티나 공화국, 새로운 자유의 땅에 환영합니다.” 정부는 50만 달러 이상 투자자에게 거주 요건 없이 시민권을 부여하는 ‘투자 시민권 프로그램’을 2026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설계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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