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영상에 논문을 담을 수 있을까
157년 된 과학 저널이 틱톡에 올라간 진짜 이유

들어가며
구독자님, Nature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두꺼운 학술 논문, 까다로운 동료 심사(peer review)1, 수개월에 걸친 게재 과정. 과학계에서 가장 ‘무거운’ 매체의 대명사예요. 그 Nature가 최근 틱톡 계정을 열었어요. 1869년 창간 이래 157년간 동료 심사를 거친 논문만을 게재해온 저널이, 3분짜리 세로 영상 플랫폼에 입장한 거예요.
이건 단순한 채널 추가가 아니에요. 과학계에서 가장 ‘무거운 그릇’이 가장 ‘가벼운 그릇’으로 옮겨간 셈이거든요. Nature의 임팩트 팩터는 48.5로, 전 세계 모든 학술지를 통틀어 최상위권이에요. 그런 저널이 60초짜리 세로 영상과 같은 공간에 서게 된 거예요. 출처와 맥락과 한계점이 있어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과학적 정보가, 과연 3분짜리 영상이라는 그릇에 담길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문제는 ‘담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빠지느냐’에 있어요.
📊 뉴스를 ‘읽는’ 세대에서 ‘보는’ 세대로
Nature가 이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숫자가 있어요. 옥스퍼드대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14년간 추적해온 데이터에 따르면, 18~24세의 44%가 소셜미디어를 주요 뉴스 소스로 꼽고 있어요. 뉴스 웹사이트나 TV가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틱톡과 유튜브가 세상을 읽는 창이 된 거예요.
더 주목할 건 영상 소비의 급증이에요.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영상 시청 비율이 2020년 52%에서 2025년 65%로 올랐어요. 전체 영상 뉴스 소비는 같은 기간 67%에서 75%로 상승했고요. 필리핀, 태국, 케냐, 인도에서는 이미 ‘읽는 뉴스’보다 ‘보는 뉴스’를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 미국에서도 처음으로 소셜·영상 플랫폼(54%)이 TV(50%)와 뉴스 웹사이트(48%)를 추월했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게 있어요. 기존 뉴스 브랜드에 대한 세대 인식이에요. 이 세대는 전통 뉴스 매체를 “무관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편향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요. 반면 개인 크리에이터에 대한 선호는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어요. 팟캐스터 조 로건 같은 인물이 일부 시장에서 전통 매체의 도달률에 맞먹거나 이를 넘어서는 수준이에요.
48개국 약 1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로이터 보고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수치가 하나 있어요. 전체 응답자의 40%가 때때로 또는 자주 뉴스를 ‘회피한다’고 답했어요. 35세 미만에서 그 이유를 보면 흥미로워요. “기분이 가라앉아서”라는 대답도 많지만, “뉴스가 너무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35세 이상보다 훨씬 높았어요. 영국 기준, 25세 미만의 12%가 뉴스를 이해하지 못해서 회피한다고 했는데 35세 이상은 3%에 불과했어요. 뉴스의 문제가 ‘접근성’에만 있는 게 아니라 ‘가독성’에도 있다는 뜻이에요.
Nature의 틱톡 진출은 이 숫자들에 대한 응답이에요. “우리 플랫폼에서 기다리면 독자가 온다”는 전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에요. 한국도 예외는 아니에요. 국내 조사에서도 15~69세 응답자의 94.9%가 숏폼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고, 유튜브 쇼츠만 해도 하루 약 300억 회 뷰를 기록하고 있어요. 이건 글로벌 현상이지, 특정 국가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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