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솔로 57%, 그 숫자부터 틀렸어요.
분모를 고치면 21%, 진짜 문제는 연애 통계 밖에 있어요

들어가며
구독자님, 2년 전 밸런타인데이 무렵에 이런 헤드라인이 온 커뮤니티를 돌았어요. “2030세대 57.3%가 모태솔로.” 반응은 대체로 둘로 갈렸어요. 위안이 된다는 쪽과, 이건 좀 이상하다는 쪽으로요.
이상하다고 느낀 쪽이 맞았어요. 그 숫자는 분모가 잘못 들어가 있거든요.
그리고 지난 21일, KBS 시사기획 창이 ‘연애 실종’ 편을 내보냈어요. 5개국 국제비교조사에 정부 통계 원자료 재분석까지 붙인 취재였어요. 그래서 오늘은 두 가지를 같이 해보려고 해요. 먼저 부풀려진 숫자를 걷어내고, 그다음 그 자리에 남는 숫자를 보는 거예요.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진짜 신호는 연애 통계 바깥에 있어요.
57.3%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문제의 조사는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2024년 2월에 발표한 거예요. 전국 미혼남녀 1,174명에게 물었더니, 연애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 중 20~30대 비중이 57.3%였어요.
여기서 두 가지가 뒤섞였어요. 첫째, 이건 ‘2030의 57.3%‘가 아니라 ‘연애 무경험자 중 2030의 비중’이에요. 둘째, 더 중요한 건 조사 대상이 처음부터 미혼남녀로 한정됐다는 점이에요. 기혼자는 표본에 아예 없어요. 연애를 거쳐 결혼한 사람들을 통째로 빼놓고 “연애 경험이 있느냐”고 물은 셈이죠. 표본 프레임1이 결론을 미리 정해버린 거예요.
세계일보가 여기에 통계청 혼인율을 대입해 2030 전체 인구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봤어요. 결과는 21%가량이었어요. 연령을 쪼개면 20대 33%, 30대 9%예요. 30대에서 9%로 뚝 떨어진다는 건, 나이가 들면서 대부분 연애를 경험한다는 뜻이에요. 57.3%와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죠.
다만 과장을 걷어내도 남는 게 있어요. 20대 세 명 중 한 명이라는 숫자요. 같은 회사가 전국 20~69세 3,000명을 상대로 한 다른 조사에서도 20대 중 현재 연애 중이라는 응답은 44.0%였어요. 연애를 안 하는 이유 1위는 “혼자가 편하다”로 33.6%였고요.
이 마지막 응답이 오늘 이야기의 출발점이에요. 저는 이 33.6%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아요.
진짜 숫자는 연애 통계에 없어요
미국에서도 같은 논쟁이 한창이에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이 지난 22일 공개한 대담에서, 진행자는 Gen Z 성인 네 명 중 한 명이 성경험이 없다는 조사와 함께 이런 수치를 인용했어요. 최근 1년간 성관계가 없었다는 젊은 층 비율이 2010년 12%에서 2024년 24%로 두 배가 됐다는 거예요.
미국 가족연구소가 종합사회조사2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해요. 18~64세 성인 중 주 1회 이상 성관계를 갖는 비율은 1990년 55%에서 2024년 37%로 내려갔어요.
여기까지는 익숙한 이야기예요. 그런데 같은 보고서에 훨씬 덜 인용되는 숫자가 하나 있어요.
미국 젊은 층이 일주일에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에요. 2010년 12.8시간이던 것이 2019년 6.5시간으로 줄었어요. 팬데믹 때 4.2시간까지 떨어졌다가, 2024년에도 5.1시간에 머물러 있어요. 15년 만에 60%가 사라진 거예요.
주목할 지점은 시점이에요. 감소분의 대부분이 팬데믹 이전에 이미 일어났어요. 코로나가 만든 현상이 아니라, 코로나가 눌러앉힌 현상인 거죠. 같은 기간 18~29세 중 배우자나 파트너와 함께 사는 비율은 2014년 42%에서 2024년 32%로 내려갔어요. 심리학자 진 트웬지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고3의 최근 1년 내 데이트 경험률은 2000년 80%에서 2023년 45%가 됐고요.
왜 하필 2010년 전후였을까요. 스마트폰이 퍼진 시점과 정확히 겹쳐요. 다만 저는 ‘스마트폰 때문’이라는 한 줄 설명은 조심스러워요. 같은 기간에 청년 주거 형태와 노동 시간, 도시 구조도 함께 움직였거든요. 확실한 건 순서예요.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먼저 줄었고, 연애가 줄어든 건 그다음이었어요.
순서를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만남이 있어야 관계가 생기고, 관계가 있어야 연애가 돼요. 연애는 이 사슬의 마지막 칸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마지막 칸의 숫자만 세면서 첫 칸이 무너진 걸 못 보고 있어요.
여가는 늘었는데 만남은 줄었어요
한국은 어떨까요. 통계청 생활시간조사3가 흥미로운 답을 줘요.
2024년 조사에서 한국인의 하루 여가시간은 5시간 8분이었어요. 5년 전보다 21분 늘어난 수치예요. 시간이 없어서 사람을 못 만난다는 통념과 정면으로 어긋나죠.
그런데 늘어난 21분이 어디로 갔는지 보면 그림이 선명해져요. 같은 기간 미디어 이용 시간이 2시간 26분에서 2시간 45분으로 19분 늘었어요. 증가분의 거의 전부예요. 특히 평일에 동영상을 시청한 사람의 비율은 15.8%에서 40.4%로 뛰었어요. 여가가 늘어난 만큼 화면을 봤다는 뜻이에요.
혼자 있는 시간도 같이 늘었어요. 아침을 먹은 20대 중 58.5%는 혼자 먹었어요.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우울하거나 낙심했을 때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는 응답은 2019년 21.8%에서 2021년 30.6%, 2023년 31.6%로 올라왔어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고립이나 은둔 상태에 놓일 수 있는 청년 규모를 최대 54만 명으로 추정한 적도 있어요.
그리고 KBS 시사기획 창의 취재가 여기에 결정적인 조각을 더해요. 취재진이 미혼 남녀 약 4,800명을 조사한 정부 통계 원자료를 재분석했더니, 연애를 하고 싶다는 의향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비슷했어요. 그런데 실제 연애로 이어지는 비율은 크게 갈렸어요. 미혼 남성의 경우 소득 하위층과 상위층 사이 연애율 격차가 약 두 배였고요.
취재진이 5개국을 비교한 결과도 같은 방향이었어요. 소득과 연애의 상관관계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뚜렷했고 미국과 스페인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했어요. 지역 격차도 나왔어요. 지방에서는 성비 불균형과 청년 여성의 수도권 이동이 겹치면서 또래를 만날 기회 자체가 줄었고, 그래서 지자체가 직접 단체 미팅 자리를 만드는 상황까지 왔다는 거예요.
지역 이야기는 조금 더 구체적이에요. 취재진은 1990년 전후로 크게 무너졌던 출생성비의 영향이, 그 세대가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면서 지금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봐요. 여기에 일자리와 학교를 찾아 청년 여성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지방의 성비 불균형은 더 벌어졌고요. 만날 사람이 물리적으로 줄어든 거예요. 개인의 적극성으로 메울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죠.
의향은 같은데 결과가 다르다면, 그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에요. 조건의 문제예요.
왜 이걸 연애 문제로 부르면 안 될까요
앞서 나온 “혼자가 편하다” 33.6%로 돌아가볼게요.
뉴욕타임스 대담에서 기자 카터 셔먼이 이런 취지의 말을 해요. 무력한 상태는 쿨하지 않고, 통제하고 있는 상태가 쿨하다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스스로 바꿀 수 없는 처지를 자기 선택처럼 다시 이름 붙인다는 거예요. 칼럼니스트 크리스틴 엠바도 같은 결을 짚어요. “나는 금욕을 선택했다”거나 “고독을 즐긴다”고 선언하는 건, 통제감을 되찾는 방식이라는 거죠. 편집자 나자 슈피겔만은 외로움과 고독을 가르는 건 결국 선택 여부라고 정리했어요.
이 렌즈로 보면 “혼자가 편하다”는 응답은 다르게 읽혀요. 상당수에게 그건 선호의 진술이 아니라, 조건에 대한 적응일 수 있어요. 만날 기회가 줄고, 데이트 비용이 부담이고, 거절의 확률이 높아진 환경에서 가장 덜 아픈 설명을 고른 거죠. 이 대담에서는 데이팅 앱에서 50명에게 접근해 49명에게 거절당하는 규모의 거절이 연애 역사상 유례가 없다는 지적도 나와요.
그래서 정책이 어긋나요. 지자체 미팅과 소개팅 앱 지원은 연애율이라는 숫자를 직접 겨냥해요. 하지만 연애율은 후행 지표4예요. 앞 칸에 있는 시간, 공간, 비용의 구조가 그대로면 마지막 칸만 흔들어봐야 잠깐 움직이고 되돌아와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할게요. 이런 사업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만남의 자리를 만드는 건 분명 앞 칸을 건드리는 일이니까요. 문제는 규모와 지속성이에요. 일 년에 몇 차례 열리는 행사가 주당 7시간씩 사라진 사교 시간을 메우기는 어려워요.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특별한 행사가 되어야 가능해진 상황 자체가, 이미 일상의 관계망이 얇아졌다는 신호예요.
이 구조, 어디서 보신 것 같지 않나요. 지난 131호에서 다룬 이야기와 똑같아요. 보육비를 세계 최저 수준까지 낮췄는데 출산율은 오르지 않았죠. 사람들이 “비싸다”고 말할 때 진짜 의미는 어린이집 원비가 아니었으니까요. 지금 청년들이 “혼자가 편하다”고 말할 때도, 그 말이 가리키는 곳은 연애가 아닐 가능성이 높아요.
오스왈드의 시선
데이터를 가르치고 GTM 전략을 세우면서 제가 가장 자주 마주친 실수가 이거예요. 후행 지표를 선행 지표로 착각하는 것.
전형적인 장면이 있어요. 고객사가 이탈률이 높다며 찾아와요. 그래서 이탈 직전 고객에게 할인 쿠폰을 뿌려요. 잠깐 숫자가 좋아지고, 몇 달 뒤 원래대로 돌아가요. 데이터를 앞으로 되감아보면 진짜 문제는 온보딩에 있어요. 첫 일주일에 핵심 기능을 한 번도 안 써본 사용자가 몇 달 뒤 이탈자 명단에 그대로 올라와 있거든요. 이탈은 결과였고, 활성화가 원인이었던 거예요.
연애율은 이탈률이에요. 사교 시간은 활성화 지표고요.
그래서 저는 이 현상을 세대의 가치관 변화로 설명하는 데 회의적이에요. 물론 가치관은 변했어요. 하지만 KBS 취재가 보여준 것처럼, 의향은 소득과 무관하게 비슷했어요. 하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인데 조건만 달라졌다면, 그건 마음이 변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럼 무엇을 봐야 할까요. 저라면 연애율 대신 두 가지를 보겠어요. 청년이 일주일에 몇 시간을 대면으로 사람과 보내는가, 그리고 그 시간이 어느 소득 구간에서 가장 빨리 줄고 있는가요. 그런데 한국에는 이 숫자를 연령대별로 꾸준히 추적한 시계열이 사실상 없어요. 미국이 15년 치 그래프를 그리는 동안, 우리는 5년마다 한 번씩 전체 평균만 확인하고 있는 셈이에요.
한 가지 덧붙이면, 이건 청년 세대만의 문제도 아니에요. 사교 시간이 줄어드는 흐름은 전 연령대에서 관찰돼요. 젊은 층에서 먼저, 더 크게 보일 뿐이죠.
마치며
“2030 절반이 모태솔로”는 표본 프레임이 만든 착시고, 제대로 계산하면 21%가량이에요. 그래도 20대 세 명 중 한 명은 남고, 그 뒤에는 훨씬 조용히 무너진 지표가 있어요. 미국 젊은 층이 친구와 보내는 시간은 15년 만에 60%가 사라졌어요.
연애가 줄어든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먼저 줄었어요.
최근 몇 년 사이 친구 만나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면, 무엇이 그 시간을 가져갔는지 댓글로 들려주세요. 일인지, 거리인지, 약속 잡는 일 자체가 피곤해진 건지요. 독자분들 이야기를 모아 다음 호에 정리해볼게요.
사람들과 멀어진 상태가 길어진다면, 지자체 청년센터나 보건복지상담센터(129)에서 상담받을 수 있어요.
💬 친구를 만나는 시간을 무엇이 가져갔는지 댓글로 들려주세요. 다음 호에 반영해볼게요. 📨 “요즘 사람 만나기가 왜 이렇게 힘들지” 싶은 친구가 있다면, 이 글을 건네주세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Institute for Family Studies, “The Sex Recession: The Share of Americans Having Regular Sex Keeps Dropping”, 2025. 링크 ··· 오늘 글의 핵심 근거예요. 성관계 통계보다 사교 시간 그래프를 먼저 보시길 권해요.
- Nadja Spiegelman, Carter Sherman, Christine Emba, “Gen Z-ers Are Ditching Sex. They Might Be Onto Something.”, The New York Times Opinion, 2026. 링크 ··· ‘선택’과 ‘무력함’을 가르는 대목이 이번 호 4장의 뼈대가 됐어요.
- KBS 시사기획 창 556회, ‘연애 실종’, 2026년 7월 21일. 링크 ··· 소득과 연애 의향을 분리해서 본 국내 최초 수준의 분석이에요. 방송 다시보기를 추천해요.
- 통계청, ‘202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 2025. 링크 ··· 여가시간과 미디어 이용 시간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번 호의 논지가 한눈에 들어와요.
배경 지식
- 세계일보, ‘[단독] 2030세대 57.3%가 모솔이라고? 이상한 통계 분석’, 2024. 링크 ··· 57.3%의 분모 문제를 짚은 기사예요. 통계를 읽는 훈련용으로도 좋아요.
- 보건복지부,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 2023. 링크 ··· 54만 명 추정치의 출처와 산출 근거가 담겨 있어요.
함께 읽으면 좋은 지난 호
- 빈 유모차와 380조 원 (제131호) ··· 오늘 이야기의 다음 칸이에요. 보육비를 낮춰도 출산율이 오르지 않은 이유를 같은 구조로 다뤘어요.
📝 용어 설명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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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본 프레임(sampling frame): 조사에서 표본을 뽑아내는 모집단 명단이에요. 이 명단이 실제 관심 대상과 어긋나면, 아무리 정확하게 조사해도 결론이 통째로 기울어요. ↩
-
종합사회조사(GSS): 미국에서 1972년부터 시카고대 연구팀이 이어온 대표적 사회조사예요. 같은 질문을 수십 년간 반복해 물어서, 세대 간 변화를 비교할 때 기준선처럼 쓰여요. ↩
-
생활시간조사: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조사로, 국민이 하루 24시간을 어떤 행동에 얼마나 쓰는지 기록해요. 설문으로 묻는 ‘인식’이 아니라 실제 시간 배분을 잡아낸다는 점에서 값이 달라요. ↩
-
후행 지표(lagging indicator): 이미 벌어진 결과를 뒤늦게 보여주는 숫자예요. 이 지표를 직접 손대려 하면 대체로 효과가 짧아요. 원인 쪽에 있는 선행 지표를 찾아야 실제로 움직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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