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제128호

9천억 들고 떠난 연구자, 도쿄에 남은 138명

컴퓨트 전쟁 대신 카이젠을 택한 연구소

9천억 들고 떠난 연구자, 도쿄에 남은 138명

들어가며

구독자님, 올해 5월 AI 업계에서 흥미로운 갈림길이 하나 생겼어요. 사카나 AI와 함께 ‘AI가 스스로를 개선하는 시스템’을 공동 연구했던 과학자 Jeff Clune이 약 9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별도의 회사를 세운 거예요. 회사 이름은 Recursive Superintelligence, 말 그대로 ‘재귀적 초지능’이에요. NVIDIA와 Google Ventures가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기업가치는 약 6.5조 원이에요.

같은 시기, 도쿄에 남은 사카나 AI 138명은 RSI Lab1​이라는 전담 연구 조직을 공식 출범시켰어요. 같은 연구에서 출발해 같은 목표를 향하면서, 방법론은 완전히 갈라진 거예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갈림길의 본질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AI를 발전시키려면 더 큰 컴퓨터가 필요한가, 더 똑똑한 방법이 필요한가”라는 근본 질문에 대한 두 가지 답이에요.

제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키보드 앞에서 메일을 쓰게 된 이유는 이 뉴스와 일본의 대표적 인공지능 회사인 SakanaAI의 새로운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 출시 때문이에요.

같은 코드, 다른 배팅

‘AI가 스스로를 개선한다’는 개념은 오래됐어요. 1966년 영국 수학자 I. J. Good은 “초지능 기계가 더 나은 기계를 설계할 수 있다면 지능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60년이 지난 2026년, 이 개념은 RSI(Recursive Self-Improvement)라는 이름으로 실제 연구 분야가 됐어요. 올해 4월 ICLR 2026에서는 RSI 전용 워크숍이 개설될 만큼, 학계에서도 독립적 연구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어요.

그런데 RSI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두고, 지금 두 진영이 극명하게 갈라지고 있어요.

Recursive Superintelligence는 올해 5월 런던에서 스텔스 모드를 벗으면서 약 9천억 원($650M)을 공개했어요. 기업가치 약 6.5조 원($4.65B). 공동 창업자 8명이 OpenAI, Google DeepMind, Meta AI, Salesforce 출신 스타 연구자이고, AI 교과서의 대명사인 피터 노빅(Peter Norvig)이 어드바이저예요. 아직 팀이 30명 미만인데, 공개된 기술적 성과는 없어요. 이 회사의 배팅은 명확해요. 대규모 컴퓨트로 자기개선 루프의 속도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거예요.

사카나 AI는 정반대 길을 걷고 있어요. 2023년 도쿄에서 설립된 이 회사의 CTO는 Llion Jones, 현대 AI의 기반이 된 논문 “Attention Is All You Need”의 공저자예요.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공동 발명한 사람이, 2025년 TED AI 무대에서 “트랜스포머에 질렸다”고 말하고 도쿄에서 그 너머를 연구하고 있는 셈이에요. 누적 투자금 약 5,300억 원($379M), 기업가치 약 3.7조 원($2.65B), 직원 138명. 이들의 핵심 철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돼요.

“컴퓨트가 아니라 아이디어로 발전한다.”

이건 단순한 전술 차이가 아니에요. “더 크면 더 좋은가, 더 똑똑하면 더 좋은가”라는 AI 개발의 근본 전제에 대한 입장 차이예요. 그리고 이 갈림길의 시작점이 된 연구가 바로 Darwin Gödel Machine2​이에요. 사카나와 UBC(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가 2025년에 공동 개발한 이 시스템은, AI 에이전트가 자기 코드를 스스로 수정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성능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린 결과를 냈어요. 이 프로젝트의 UBC 측 핵심 연구자가 바로 Jeff Clune이었고, 그는 같은 아이디어를 다른 규모로 실행하기 위해 Recursive를 세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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