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테크제52호

Adobe가 다크패턴으로 7,500만 달러 합의금 지불했다고?

"가입 버튼은 한 번, 해지 버튼은 여섯 번 클릭해야 한다면, 그건 UX가 아니라 함정이에요."

Adobe가 다크패턴으로 7,500만 달러 합의금 지불했다고?

들어가며

구독자님, 소프트웨어 하나 해지하는 데 얼마나 걸리셨어요?

지난 3월 13일, Adobe가 미국 법무부(DOJ)에 7,500만 달러(약 1,050억 원)를 지불하고, 피해 고객에게 7,500만 달러 상당의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소송에 합의했어요. 총 1억 5,000만 달러 규모예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프로를 묶은 Creative Cloud — 크리에이티브 업계의 사실상 표준 도구를 만드는 회사가, ‘구독 해지를 너무 어렵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벌금을 맞은 거예요.

그런데 저는 이 사건 자체보다 한 가지 디테일에 눈이 갔어요.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Adobe 내부 임원의 발언이에요. 해약 위약금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 “Adobe에게 헤로인 같은 존재”라고요. 이건 단순한 UI 실수가 아니에요. 의도된 설계예요.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매일 마주하지만 잘 인식하지 못하는 ‘다크패턴’이라는 구조를 들여다볼게요.

무슨 일이 있었나 — Adobe의 ‘연간 월결제’ 함정

Adobe가 제공하는 Creative Cloud 요금제 중에 ‘Annual, Paid Monthly’라는 옵션이 있어요. 이름만 보면 ‘매월 내는 요금제’처럼 보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1년 약정이에요. 중도 해지하면 남은 계약 금액의 50%에 해당하는 위약금이 발생해요. 수백 달러에 달할 수 있는 금액이죠. 2024년 6월,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Adob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어요. 핵심 혐의는 세 가지예요.

첫째, 가입 시 핵심 조건을 숨겼다는 거예요. 1년 약정이라는 사실과 중도 해지 위약금을 작은 글씨나 하이퍼링크 뒤에 감췄다는 거죠. 둘째, 해지 과정을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만들었어요. 온라인으로 해지하려면 여러 페이지를 거쳐야 했고, 전화로 해지하려면 여러 상담원에게 같은 말을 반복해야 했어요. 셋째, 해지를 시도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위약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구조였어요. DOJ는 이를 고객이 ‘매복 공격(ambush)‘을 당한 것이라고 표현했어요.

Adobe의 2025 회계연도 매출은 215억 달러예요. 이번 합의금 7,500만 달러는 연 매출의 약 0.35%에 불과해요. 한국 직장인 평균 연봉 기준으로 환산하면, 과속 딱지 한 장 맞은 수준이에요. 그런데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금액이 아니라 선례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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