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효율, 일본은 지휘, 한국은… 800조
중국=효율, 일본=지휘, 한국=물리 레이어

들어가며
구독자님, 지난 두 번의 뉴스레터에서 저는 같은 질문을 두 나라에 던졌어요.
일본 편(9천억 들고 떠난 연구자, 도쿄에 남은 138명)에서는 “AI는 자본의 게임인가, 방법론의 게임인가”를 물었어요. 사카나 AI는 7B짜리 작은 오케스트레이터로 프론티어 모델들을 지휘해서 프론티어급 성능을 뽑아냈죠. “더 크게 만들지 않고도 이긴다”는 가설의 첫 번째 작동 증거였어요.
9천억 들고 떠난 연구자, 도쿄에 남은 138명컴퓨트 전쟁 대신 카이젠을 택한 연구소한국 편(챗봇에 사주 묻는 나라, AI 3위가 되려면?)에서는 “만드는 나라가 될 것인가, 가장 잘 쓰는 나라가 될 것인가”를 물었어요. 열광은 세계 1위인데 모델 격차는 40%, 인재는 OECD 35위로 빠져나가고, ‘독자 모델’ 프롬 스크래치 고집이 갈라파고스의 재림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고요.
챗봇에 사주 묻는 나라, AI 3위가 되려면?열광은 세계 최고, 모델 격차는 40%두 편을 쓰면서 저는 한 가지를 미뤄뒀어요. 한국이 어떤 패를 쥐고 게임에 들어갈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난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그 패가 공개됐어요. 산업통상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예요. 반도체 800조, AI 데이터센터 550조, 피지컬 AI 국가전략산업화. 숫자만 보면 압도적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3부작의 마무리예요. 중국·일본·한국이 각자 어떤 레이어에 베팅했는지 나란히 놓고, 어제 공개된 한국의 패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빠졌는지 짚어볼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국의 베팅은 생각보다 영리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칸 하나가 비어 있어요.
같은 경기, 세 개의 다른 코트
먼저 세 나라가 어디에 돈과 인재를 걸었는지 한 장으로 정리할게요. 핵심은 이들이 서로 다른 레이어에서 싸우고 있다는 거예요. 같은 ‘AI 경쟁’이라는 말로 묶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종목이에요.
🇨🇳 중국, 스케일링의 효율화
중국은 미국식 스케일링을 따라가되, 제재라는 제약 속에서 ‘효율’로 재정의했어요. DeepSeek가 그 상징이에요. R1을 H800 2,048장으로 ChatGPT o1급 성능에 도달시킨 게 2024년 말이었고, 2026년 4월엔 V4를 내놓으며 밀리언 토큰 컨텍스트와 스파스 어텐션으로 다시 판을 흔들었어요. 6월엔 DSpark 프레임워크로 응답 속도를 최대 85% 끌어올리면서, 더 큰 칩 인프라에 대한 의존을 줄였다고 발표했고요.1
흥미로운 건 중국 안에서도 이미 무게중심이 ‘훈련’에서 ‘추론’으로, ‘모델 만들기’에서 ‘모델 잘 쓰기’로 넘어갔다는 거예요. ChatGPT 열풍 이후 우후죽순 지어진 데이터센터 500여 곳 중 최대 80%가 미가동 상태라는 보도까지 나왔어요.2 스케일링을 하되, 미국과 똑같은 방식이 아니라 비용 곡선 자체를 깎아내리는 방향이에요. Qwen, GLM, DeepSeek가 오픈웨이트 + 극저가 API로 글로벌 채택률을 빠르게 올리고 있어요. 실제로 중국 모델들은 엄청난 가성비로 지정학적인 요소를 뛰어넘어 미국 기업에 사랑 받고 있어요.
[안광섭 AI 진테제] 미국기업이 중국AI기업에 돈을 보내는 이유우버(Uber)가 올해 AI 코딩도구 예산을 4개월 만에 전부 소진했다. 약 5000명의 엔지니어가 에이전틱 코딩 도구를 사용하면서 월 사용료가 엔지니어당 150달러에서 많게…🇯🇵 일본, 오케스트레이션
일본은 모델을 직접 만드는 경쟁에서 한 발 빠졌어요. 사카나 AI 스스로 “일본 같은 자원 제약국의 모델 개발 초점은 포스트-트레이닝에 둬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했죠.3 그리고 6월 22일, 그 철학을 제품으로 증명했어요. Sakana Fugu예요.
7B 파라미터짜리 작은 오케스트레이터가 GPT-5.5, Claude, Gemini 같은 프론티어 모델들에게 ‘누가 어느 부분을 맡을지’를 지시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필요하면 자기 자신을 재귀적으로 호출해요. Fugu Ultra는 SWE-Pro, GPQA-D, LiveCodeBench 등 주요 벤치마크에서 Opus 4.8, Gemini 3.1 Pro, GPT-5.5를 상회했어요. 더 날카로운 건, 수출 규제로 접근이 막힌 Fable 5나 Mythos Preview가 에이전트 풀에 포함되지도 않았는데 동급 성능을 냈다는 점이에요.4

이게 Sovereign AI 관점에서 결정적이에요. 특정 프론티어 모델이 수출 규제에 걸려도, Fugu는 접근 가능한 모델들만 동적으로 조합(Swappable Pool)해서 동급 성능을 재구성해요. 복어(Fugu)가 독을 정확히 발라내고 진미가 되듯, 외부 규제라는 독을 피해 AI 주권을 지키는 구조예요. 모델을 소유하지 않고도 모델 위의 ‘지휘권’을 갖는 전략이죠.
🇰🇷 한국, 물리 레이어
그리고 어제, 한국의 패가 나왔어요. 무게중심이 분명해요.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AI의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AI가 올라탈 ‘물리적 신체와 심장’에 베팅한 거예요.
- 반도체: 서남권(전남·광주)에 800조 투자, 메모리 팹 4기. 5년 내 D램 생산능력 2배. HBM으로 이미 쥔 공급망 우위를 더 벌리겠다는 거예요.
- 피지컬 AI: AI 로봇 글로벌 3강, 피지컬 AI 글로벌 1강(~2030). 10대 업종 특화 휴머노이드, 제조 AI 전환
- AI 데이터센터: 1단계 8.4GW(SK·GS·네이버, 약 550조), 2단계까지 총 18.4GW. 2030년 아·태 최대 AI 인프라 허브.

제가 한국 편에서 “반도체 공정 최적화, 배터리 품질관리처럼 한국이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영역에 AI를 가장 깊이 결합하라”고 썼는데, 어제 발표의 M.AX와 제조 데이터 팩토리가 정확히 그 방향이에요. “가장 잘 쓰는 나라” 전략의 국가판인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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