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제176호

새 연준 의장은 왜 스타트업처럼 말할까

"숫자는 아직인데 곧 옵니다", 이 화법이 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새 연준 의장은 왜 스타트업처럼 말할까

들어가며

지난 7월 14일,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취임 후 첫 의회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AI는 아마 제가 성인이 된 이후 우리 경제에 일어난 가장 중대한 변화일 겁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세금’을 과거의 일로 만들겠다는 약속과 함께요.

구독자님, 여기서 기시감이 드셨다면 정확해요. 투자는 1,000조 원 단위인데 경제 지표는 조용하다는 이야기, 이 뉴스레터에서 이미 두 번 다뤘거든요. 2,500억 달러를 쏟아부었는데, 왜 경제 지표에는 안 보일까에서 범용 기술의 시차를, 47년 전 사무자동화 시대에서 ‘체감은 3배, 측정은 1.8%‘라는 괴리의 정체를요. 그때 2,500억 달러로 이야기되던 투자 집계는, FT 기준 누적 7,250억 달러가 됐고요.

그래서 오늘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해요. 질문을 뒤집을 거예요. “생산성은 어디 있나”가 아니라,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생산성이 벌써 무엇을 사고 있나”로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AI 생산성은 지금 경제 지표이기 전에 정책 서사로 먼저 유통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서사의 첫 결제처가 미국의 통화정책이에요.


‘기다리면 온다’에 불리한 증거 셋

지난 두 글의 결론은 일종의 낙관적 유예였어요. 범용 기술은 원래 시차를 먹으니, 조직이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것. 그런데 최근 한 달 사이, 그 ‘기다리면 온다’ 가설에 불리한 증거가 세 방향에서 나왔어요.

첫째, 확산의 깊이가 멈췄어요. 세인트루이스 연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운영하는 실시간 인구 조사(RPS)를 보면, 2026년 2분기 기준 미국 생산가능인구의 45%가 업무에서 생성형 AI를 주 1회 이상 써요. 그런데 ‘매일’ 쓰는 사람은 열에 한 명 수준에서 1년 넘게 옆으로 기고 있어요. 사용 시간도 쓰는 사람 기준 하루 30분 남짓이고, 여기서 계산되는 시간 절약은 하루 10분 정도예요. 시차 가설은 확산이 계속 깊어진다는 전제 위에 서 있는데, 넓이는 늘어도 깊이가 정체된 거예요. 어쩌다 쓰는 도구는 검색을 대체할 뿐이고, 매일 쓰는 도구라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데 말이죠.

둘째, 이미 나타난 생산성 개선조차 AI의 몫이 아닐 수 있어요. 워시 의장은 최근 4개 분기 구조적 생산성1 증가율이 2%대 후반이라는 점을 낙관의 근거로 삼는데요.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들이 경기에 따른 가동률을 조정해보니, 이 수치는 1%대 초반까지 내려와요. 팬데믹 이후 기업들이 수요가 식어도 사람을 껴안고 있던 노동 비축2 시기(2022~24년)에는 생산성이 실력보다 낮게 찍혔고, 최근 그 인력이 정리되면서 통계가 기계적으로 반등하고 있다는 설명이에요. 기술의 도약이 아니라 사이클의 되돌림이라는 거죠.

셋째, 이게 제일 아픈 대목인데요. ‘아직 안 보인다’를 넘어 ‘빨리 도입한 곳도 다르지 않다’는 적극적 증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AI가 정말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면 금융, IT, 컨설팅처럼 채택이 빨랐던 산업에서 먼저 보여야 하는데, 바클레이즈가 산업별 채택률과 생산성 개선의 상관관계를 여러 방식으로 돌려본 결과는 “통계적으로 0과 구분되지 않는다”였어요. 지난 17일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이 낸 분석 노트도 같은 그림이에요. 산업을 AI 채택 상·중·하 그룹으로 묶어 봤더니, 세 그룹의 생산성 추세가 시간이 지나도 나란했어요.

시차 가설이 틀렸다는 뜻은 아직 아니에요. 다만 ‘아직’이라는 단어의 유효기간이 데이터로 심문받기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도착 전의 생산성으로, 벌써 결제가 시작됐다

그런데 이 미확정 상태와 무관하게, 그 생산성은 이미 지출되고 있어요. 지출처는 통화정책이에요.

워시 의장의 발언을 시간순으로 놓아볼게요. 취임 전인 작년 11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는 “AI는 상당한 디스인플레이션 동력이 될 것”이며 “연간 생산성 증가율이 1%포인트 오르면 한 세대 안에 생활수준이 두 배가 된다”고 썼어요. 이달 초 유럽중앙은행 포럼에서는 구조적 생산성 2%대 후반을 근거로 “낙관할 이유가 있다”고 했고요. 그리고 이번 청문회에서는 AI가 노동자를 대체하지 않으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인플레이션 종식 약속과 금리 인하 방향을 한 문장에 묶었어요.

warsh논리 구조는 단순해요. 생산성이 오르면 물가 압력 없이 성장할 수 있고, 그러면 금리를 내려도 안전하다는 거예요. 생산성이 실제로 올랐다면 교과서적으로 맞는 이야기예요. 문제는 방금 본 것처럼, 그 전제가 아직 데이터에 없다는 점이에요.

FT는 이 서사의 계보를 흥미롭게 짚어요. 노동자의 임금 협상력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경제를 키워주는 마법의 힘. 어디서 많이 듣던 약속이죠. 양적완화3예요.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QE는 연준 대차대조표에 조 단위 숫자로 찍혔지만 AI 생산성 서사는 장부 밖에 있다는 거예요. 비용이 안 보이는 부양책인 셈이에요.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원해온 백악관과, 정책 ‘레짐 체인지’를 약속하며 취임한 신임 의장 사이에서 이만큼 편리한 다리가 없어요.

여기서 눈여겨볼 대비가 하나 있어요. 같은 건물 안의 온도차예요. 연준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이 낸 7월 17일 노트는 “산업 간 생산성 추세에 차이가 안 보인다”며 신중하게 유보하는데, 그 기관의 수장은 청문회에서 낙관을 전제로 정책 방향을 말하고 있어요. 연구 부서의 시제는 ‘아직’인데, 정책 발언의 시제는 이미 ‘벌써’인 거예요.

이 서사의 또 다른 특징은, 설계상 반증이 어렵다는 점이에요. “아직 통계에 안 보여도 곧 온다”는 문장은 어떤 데이터가 나와도 살아남거든요. FT에 따르면 언론에서 솔로의 생산성 역설이 인용되는 빈도가 2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페이스라고 하는데, 저는 이 숫자를 ‘아직’이라는 단어의 수요 지표로 읽어요. 40년 전의 문장이 다시 잘 팔린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지금 유예의 언어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니까요.


서사가 데이터보다 먼저 달리면 생기는 일

순서의 문제부터요. 생산성 상승을 확인하고 금리를 내리는 것과, 생산성 상승을 가정하고 금리를 내리는 것. 앞의 것은 정책이고 뒤의 것은 베팅이에요. 가정이 맞으면 영웅이 되지만, 틀리면 청구서가 물가로 돌아와요. 바클레이즈가 보고서 결론에 “이런 근거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데에는 반대한다”는 문장을 굳이 박아 넣은 이유예요.

만기 불일치 문제도 있어요. 워시 의장 말대로 AI가 “가장 중대한 변화”라면, 역사가 보여주는 그런 전환의 시간표는 수십 년이에요. 그리고 그 과실은 대체로 기존 강자가 아니라 신참에게 돌아갔죠. 제조업 자동화가 그랬고 온라인 유통이 그랬어요. 반면 연준 의장의 임기는 4년이에요. 수십 년짜리 전환의 결실을 4년짜리 정책 시계 안으로 앞당겨 계산하면, 그 차액은 어딘가에서 누군가 메워야 해요. 그리고 서사가 유지되는 동안에도 비용은 쌓여요. 그 낙관을 담보로 자산 가격이 오르고, 데이터센터가 지어지고, 채용과 예산이 재배치되고 있으니까요. 서사가 수정되는 날, 조정되는 건 문장이 아니라 이 실물들이에요.

그리고 이건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AI가 생산성을 올릴 테니’로 시작하는 문장은 한국의 정책 발언과 기업 발표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어요. 그 문장 자체는 죄가 없어요. 봐야 할 건 그 문장 뒤에 따라오는 결정이에요. 그 서사가 어떤 예산을, 어떤 조직 개편을, 어떤 금리와 투자를 통과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가정이 틀렸을 때 청구서가 누구에게 가는지요.


오스왈드의 시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화법이 낯설지 않았어요. 스타트업의 언어거든요.

GTM 전략 컨설팅을 하다 보면 “지표는 아직이지만, 곧 옵니다”라는 문장을 수없이 만나요. 트랙션이 없는 투자 라운드는 서사로 조달하는 법이고, 저 문장은 그 서사의 표준 문법이에요. 흥미로운 건 그 문법이 이제 세계에서 가장 신중해야 할 기관에서 들린다는 거예요. 스타트업이 그 베팅에 실패하면 손실은 투자자 몫으로 끝나요. 중앙은행이 같은 베팅에 실패하면, 청구서는 물가라는 형태로 전 국민에게 나눠 발행돼요.

데이터 쪽 경험에서 하나 더 보태면, 서사가 강해질수록 숫자는 서사에 맞게 측정되는 경향이 있어요. 미국 센서스국 조사는 AI 사용을 묻는 질문 문구를 넓히자 지수가 10포인트 가까이 뛰었고, 국내의 한 조사는 표본을 기업의 AI·IT 담당자로 잡자 활용률 55.7%가 나왔어요. 전체 사업체를 대표하는 미국 조사의 21%와, 담당자에게 물은 한국 조사의 55.7%는 둘 다 거짓이 아니에요. 다만 어떤 숫자가 무대 앞에 세워지는지가, 지금 누구에게 어떤 서사가 필요한지를 보여줄 뿐이에요.

균형을 위해 남겨둘게요. 통계에 안 보인다는 게 효과가 없다는 증명은 아니에요. 전망은 맞는데 시기와 경로만 틀리는 패턴을 저는 기술 시장에서 수없이 봐왔고, AI 생산성도 결국 오긴 올 거예요. 오늘의 요점은 그게 안 온다는 게 아니에요. ‘이번 금리 사이클 안에 온다’는 베팅을 지금 중앙은행이 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예요.


마치며

오늘 이야기를 세 줄로 정리할게요. ‘기다리면 온다’던 AI 생산성 앞으로 확산 정체, 가동률 노이즈, 상관 0이라는 불리한 증거가 처음으로 쌓이기 시작했어요. 그 사이 그 미확정 생산성은 금리 인하의 근거라는 형태로 벌써 유통되기 시작했고요. 그래서 이제 관전 포인트는 생산성 통계 자체가 아니라, 그 서사로 누가 무엇을 결제하는가예요.

다음에 ‘AI 생산성’ 발언을 들으시면 두 가지만 확인해보세요. 화자가 그 서사로 지금 무엇을 정당화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데이터가 나오면 이 전망을 접겠다”는 반증 조건이 있는가. 반증 조건이 없는 전망은 분석이 아니라 세일즈예요.

지금 계신 조직에서도 ‘숫자는 아직인데 곧 옵니다’가 실측을 이긴 순간이 있었나요? 그 서사가 어떤 결정을 통과시켰는지, 결과는 어땠는지 댓글로 들려주세요. 사례가 모이면 ‘서사가 데이터를 이기는 순간들’을 다음 호에서 따로 다뤄볼게요.


💬 ‘곧 옵니다’라는 서사가 실측 데이터를 이긴 순간을 목격하셨다면 댓글로 들려주세요. 다음 호에 반영해볼게요. 📨 AI 투자와 정책 발언 사이에서 판단할 일이 많은 동료가 있다면 이 글을 공유해 주세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FT Alphaville, “Is AI productivity growth in the room with us right now?”, Financial Times, 2026.7. 링크 ··· 오늘 글의 출발점이에요. 비공개인 바클레이즈 보고서의 핵심 차트와 논증이 여기 정리돼 있어요.
  • Soto, P., Thieu, M. & Allen, J., “The AI Buildout and the Economy: Publicly Available Data to Assess AI’s Impact”, FEDS Notes, Federal Reserve Board, 2026.7.17. 링크 ··· 채택 상·중·하 산업의 생산성 추세 비교가 이 노트의 핵심이에요. 공개 데이터만 썼기 때문에 직접 재현해볼 수도 있어요.
  • Bick, A., Blandin, A. & Deming, D., “The Rapid Adoption of Generative AI”, NBER Working Paper 32966, 2024(분기 업데이트). 링크 ··· 채택률·사용 시간 수치의 원천인 실시간 인구 조사(RPS)의 방법론 논문이에요.
  • Warsh, K., “The Federal Reserve’s Broken Leadership”, The Wall Street Journal, 2025.11. 링크 ··· 취임 전 워시의 생각이 가장 선명하게 담긴 기고예요. ‘디스인플레이션 동력’ 인용이 여기서 나왔어요.
  • FedScoop, “Fed chair says AI ‘hasn’t displaced workers’ so far, has boosted productivity”, 2026.7. 링크 ··· 7월 14일 하원 청문회 발언을 정리한 기사예요.
  • U.S. Census Bureau, “Business Trends and Outlook Survey”, 2026. 링크 ··· 기업 채택률 21%와 질문 문구 변경 이야기의 출처예요.
  • CIO Korea, “2026년 국내 기업 85%가 생성형 AI 도입···10곳 중 8곳 예산 확대”, 2026. 링크 ··· 메가존클라우드·파운드리의 국내 749명 조사예요. 미국 통계와 나란히 놓고 측정 설계의 차이를 확인하는 용도로 추천해요.

배경 지식

  • “Productivity paradox”, Wikipedia. 링크 ··· 솔로의 역설을 둘러싼 40년 논쟁사가 정리돼 있어요. 1990년대에 어떻게 결론 났는지 보면 ‘아직’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달리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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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설명

안광섭 프로필 일러스트

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이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통계 및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와 KMBA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각주

  1. 구조적 생산성 (structural productivity): 경기 호황·불황에 따른 일시적 등락을 걷어내고 본, 경제의 기초 체력에 해당하는 생산성 증가율이에요. 잠재성장률을 가늠하는 재료로 쓰여요.

  2. 노동 비축 (labor hoarding): 수요가 줄어도 기업이 해고 대신 인력을 껴안고 가는 행동이에요. 다시 뽑기 어렵거나 채용 비용이 클 때 나타나는데, 이 기간에는 같은 인원으로 산출이 줄어드니 측정되는 생산성이 낮아져요.

  3. 양적완화 (QE, Quantitative Easing): 중앙은행이 국채 같은 자산을 대규모로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이에요. 금리를 더 내릴 수 없을 때 쓰는 부양 수단인데, 그 규모가 중앙은행 장부에 그대로 찍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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