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테크제102호

내 노트북에 몰래 들어온 4GB짜리 손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겠다며 동의 없이 설치된 AI, 이 역설이 의미하는 것

내 노트북에 몰래 들어온 4GB짜리 손님

들어가며

구독자님, 혹시 최근에 컴퓨터 저장공간이 갑자기 줄어든 적 있으세요?

최근, 전 세계 크롬 사용자들 사이에서 이상한 파일 하나가 화제가 됐어요. 이름은 weights.bin, 크기는 4GB. 크롬 브라우저 폴더 깊숙이 숨어 있던 이 파일의 정체는 구글의 온디바이스 AI 모델 Gemini Nano였어요. 문제는 이걸 설치해달라고 요청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예요.

스웨덴의 프라이버시 연구자 알렉산더 한프(Alexander Hanff)가 macOS 커널 로그를 분석해 이 사실을 밝혀냈고, 이후 Windows와 Linux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확인됐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건 단순한 저장공간 문제가 아니에요. 기술 기업이 사용자의 디바이스를 자사 AI 인프라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새로운 패턴의 시작이에요.

일단, 편해졌냐구요. 엄청나게 편해졌고 전 만족해요. 근데 이 과정이 과연 옳았냐구요? 음… 아니오.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크롬이 사용자 모르게 설치한 파일의 구조부터 살펴볼게요.

크롬의 사용자 데이터 폴더 안에 OptGuideOnDeviceModel이라는 폴더가 있어요. 이름부터 의미심장한데요. 이건 구글 내부 용어로 ‘Optimization Guide On-Device Model’의 줄임말이에요. 일반 사용자가 이 폴더명을 보고 “아, Gemini Nano AI 모델이구나”라고 알아챌 수 있을까요? 한프는 이것 자체가 의도적인 모호화라고 지적해요. 정직하게 이름을 붙였다면 GeminiNanoLLM이었겠죠.

이 폴더 안에 weights.bin이라는 파일이 들어가는데, 이게 바로 Gemini Nano의 모델 가중치1​ 파일이에요. 크롬은 사용자의 하드웨어 사양을 자동으로 확인해요. GPU 등급, CPU 코어 수, 시스템 RAM(16GB 이상), 저장공간(22GB 이상 여유) 같은 조건을 체크한 뒤, 기준을 충족하면 아무런 알림 없이 백그라운드에서 이 모델을 다운로드해요. 한프가 깨끗한 크롬 프로필로 테스트했을 때, 다운로드가 완료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4분이었어요.

더 흥미로운 건 삭제한 뒤에 벌어지는 일이에요. 이 파일을 수동으로 지워도, 크롬을 재시작하면 다시 다운로드돼요. 크롬은 삭제를 ‘일시적 오류’로 취급하고, 다음 기회에 복구를 시도하거든요. 일부 사용자들은 이전 버전을 정리하지 않아 모델 파일이 12GB 이상 쌓인 경우도 보고했어요. Snopes가 자사 직원 6명의 기기를 확인한 결과, macOS와 Windows를 합쳐 3명의 기기에서 이 파일이 발견됐어요. 즉, 지워도 강제로 계속 설치 한다는 거에요.

구글은 “2024년부터 제공해온 경량 온디바이스 모델”이라고 설명하면서, 2026년 2월부터 설정 > 시스템에서 ‘온디바이스 AI’ 토글로 끌 수 있도록 배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어요. 하지만 한프를 포함한 상당수 사용자들은 이 토글 자체를 아직 받지 못한 상태예요. 토글이 없는 사용자는 chrome://flags에서 관련 플래그를 수동으로 비활성화하거나, 레지스트리를 수정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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