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제13호

언어가 타락하면 생각도 타락한다 — 오웰이 1946년에 보낸 경고

명쾌한 언어는 명쾌한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명쾌한 사고의 조건이에요

언어가 타락하면 생각도 타락한다 — 오웰이 1946년에 보낸 경고

들어가며

“국민정서에 맞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이 자주 꺼내는 이 문장, 혹시 들을 때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으셨나요? 저는 이 문장을 들을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떤 국민의, 어느 시대의, 어떤 정서를 가리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이 불편함을 1946년에 이미 날카롭게 해부한 사람이 있어요. 바로 조지 오웰1​이에요. 『동물농장』과 『1984』로 유명한 그 오웰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쓴 24페이지짜리 에세이, 「정치와 언어(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입니다.

오늘은 이 에세이가 왜 8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지,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무엇을 가져가야 하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오웰이 본 풍경: 나치, 소련, 그리고 영국 정부

오웰이 이 에세이를 쓴 건 세 집단에 대한 지적 분노에서 시작돼요.

나치 독일의 프로파간다2​, 소련의 이중어법(doublespeak)3​, 그리고 영국 정부의 완곡한 언어 조작. 세 집단은 진영이 달랐지만, 오웰 눈에는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어요. 불편한 현실을 언어로 포장해서 사람들이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오웰이 직접 든 예시를 보면 그 날카로움이 더 와 닿아요. 마을 전체를 공중 폭격으로 초토화하는 것을 당시 공문서에서는 “지역 안정화 작전(pacification)“이라고 표현했어요. 농민들을 강제로 쫓아내는 것은 “인구 이전(transfer of population)“이었고, 반대파를 처형하는 것은 “신뢰하기 어려운 요소들의 제거(elimination of unreliable elements)“였어요.

잔인한 현실 앞에서 언어가 마취제가 된 거예요.

그런데 오웰의 시선이 나치와 소련에만 머물지 않은 게 이 에세이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어요. 그는 “자유 진영”이라고 자처했던 영국 정부도 같은 병에 걸려 있다고 봤어요. 그건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들의 구조적 본능이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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