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테크제16호

2026년, 세 개의 안전장치가 동시에 풀린다

희토류, 핵 군비, 에너지 패권 — 구조를 읽지 못하면, 감정만 남아요

2026년, 세 개의 안전장치가 동시에 풀린다

들어가며

본 글은 2026년 1월 28일에 작성된 글 입니다.

구독자님, 2026년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어요. 그런데 이 두 달 사이에 세계 질서를 지탱하던 안전장치 하나가 조용히 풀렸어요. 2월 5일,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핵 군비 통제 조약인 ‘뉴 스타트(New START)‘가 만료됐거든요. 대부분의 뉴스에서는 한 줄짜리 속보로 지나갔지만, 이건 54년 만에 처음으로 핵 강대국들이 어떤 법적 구속도 받지 않는 시대가 열렸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이 조약 만료는 단독 사건이 아니에요. 지금 동시에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에요 — 희토류 공급망의 중국 독점, 핵 군비 통제의 공백, 그리고 에너지 패권의 이동. 오늘은 이 세 축이 왜 2026년에 동시에 부각되는지, 그리고 감정이 아닌 데이터로 이 상황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첫 번째 잠금장치: 희토류, 캐도 끝이 아니에요

지금 국제 뉴스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희토류’예요. 희토류(Rare Earth)1​는 이름과 달리 지구에 꽤 널리 분포해 있어요. 문제는 ‘캐는 것’이 아니라 ‘정제하는 것’이에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2024년 데이터를 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69%, 정제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어요. 채굴 단계에서는 호주, 미국, 미얀마 등도 참여하지만, 원광석을 실제 산업에 쓸 수 있는 소재로 바꾸는 정제 공정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압도적이에요. 특히 고성능 영구자석2​ 제조에서는 중국 점유율이 94%에 달해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핵심은 환경 비용이에요. 희토류 정제는 대량의 물과 산(酸)을 사용하고, 방사성 부산물까지 발생해요. 환경 규제가 엄격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매우 어려워요. 반면 중국은 수십 년간 이 환경 비용을 감수하며 정제 인프라를 구축해 왔고, 그 결과 기술적·경제적 우위까지 확보한 거예요.

그렇다면 미국은 손놓고 있었을까요? 아니에요. 2025년 7월, 미국 국방부는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의 희토류 기업인 MP Materials에 4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15%를 확보했어요. 국방부가 민간 광물 기업의 최대 주주가 된 거예요. 10년간 생산되는 희토류 자석 전량을 매입하겠다는 계약도 함께 체결했고요. 이건 단순한 산업 투자가 아니라, 사실상 국가 안보 차원의 공급망 확보 전략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냉정하게 봐야 할 숫자가 있어요. S&P Global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새로운 광산을 발견해서 실제 생산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29년이에요. 세계에서 잠비아 다음으로 긴 시간이에요. 환경 심사, 인허가, 소송 리스크까지 겹치기 때문이에요. 지금 당장 새 광산을 발견하더라도 본격적인 생산은 2050년대에나 가능하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미국은 단기적으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에 농수산물 40~50%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희토류 확보를 위해 브라질과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도 이 때문이에요. 관세로 압박하면서 동시에 자원 외교를 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 이것이 지금 미국이 처한 현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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