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제86호

블룸버그 터미널은 못 생겼고 불편해 하지만 모두가 쓰지

이란 의회 의장의 트윗에 블룸버그 명령어가 붙어 있었다?

블룸버그 터미널은 못 생겼고 불편해 하지만 모두가 쓰지

들어가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오즈의 지식토킹이에요. 액스(구, 트위터)에 올라온 한 트윗이 증권가에 파란을 몰고 왔어요. 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이란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케르 갈리바프. 본문은 원유 시장을 국채 시장에 빗댄 짧은 조롱성 메시지였는데, 문제는 마지막 줄이었어요.

“EUCRBRDT Index GP

언뜻 보면 알 수 없는 암호 같은 이 한 줄인데 이건 사실 블룸버그 터미널의 명령어예요. 제재 대상국의 고위급 인사가, 서방 금융 인프라의 심장부를 아무렇지 않게 다루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죠. 이란이 원유 트레이딩으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존 의혹이, 이 한 줄로 확신에 가까워지는 분위기예요.

그런데 저는 이 사건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고 있어요. 도대체 블룸버그 터미널이 뭐길래, 한 줄의 명령어가 이렇게 큰 파장을 만드는 걸까요?왜 이란 의회 의장이 하필 이걸 쓰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왜 금융권은 44년이 지난 지금도 이 ‘불편하고 비싼’ 물건을 포기하지 못할까요?

오늘은 이 질문들을 따라가 봐요.

🛢️ 그 한 줄이 무슨 뜻이냐면요

명령어를 하나씩 뜯어볼게요.

EUCRBRDT는 Bloomberg European Dated Brent Forties Oseberg Ekofisk (BFOE) Crude Oil Spot Price의 티커1​예요. 이름이 정신없이 길지만, 쉽게 말하면 북해산 브렌트유2​ 현물3​ 가격 지수예요. 유럽중앙은행(ECB)의 데이터 포털에도 공식 시계열로 등록돼 있는 원유 시장의 핵심 벤치마크죠.

Index는 이 티커가 주식이나 채권이 아니라 지수(index)임을 알려주는 시장 구분자4​예요. 블룸버그 키보드의 노란색 키들(GOVT, CORP, EQUITY, INDEX 등)이 바로 이 역할을 해요.

GP는 Graph Price의 약자. 해당 티커의 가격 차트를 띄우라는 명령이에요.

마지막 는 블룸버그 키보드의 그 유명한 녹색 GO 키. 일반 키보드의 엔터 역할을 하는 실행 버튼이죠. 재밌게도 이 녹색은 모노폴리 보드게임의 ‘GO’ 칸에서 따온 거예요. 사용자가 이 키를 누를 때마다 수익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정리하면 이 한 줄은 이렇게 읽혀요.

“브렌트유 현물 가격 차트 띄워줘.”

문제는 이게 일반인 누구나 써볼 수 있는 명령어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블룸버그 터미널은 연간 3만 달러 넘는 구독료를 내야 접근할 수 있는 폐쇄형 시스템이거든요. 게다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5​의 제재 대상인 이란 정부 고위 인사가 이 명령어에 익숙한 듯 트윗에 끼워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제재 회피나 석유 트레이딩 의혹의 ‘정황 증거’로 읽히기 딱 좋은 상황이에요.

물론 트위터 유저가 뒤에서 조작했을 가능성, 갈리바프의 참모진이 쓴 것일 가능성 등 여러 해석이 남아 있어요. 하지만 의혹 자체는 이미 의혹의 영역을 벗어났죠.

자, 여기서부터가 본론이에요. 이 ‘암호 같은 명령어 체계’를 가진 블룸버그 터미널이라는 물건은 도대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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