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테크제76호

반려동물이 아프면 회사를 쉴 수 있다면

이탈리아가 세계 최초로 만든 '반려동물 병가'가 던지는 진짜 질문.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혹시, 반려동물을 키우시나요? 아니면 주변에 키우시는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의 뉴스레터를 공유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재밌게 읽어보실 수 있을

반려동물이 아프면 회사를 쉴 수 있다면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혹시, 반려동물을 키우시나요? 아니면 주변에 키우시는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의 뉴스레터를 공유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재밌게 읽어보실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만약 키우는 강아지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회사에 “반려동물 때문에 휴가를 쓰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요?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연차를 쓰거나, 아예 말도 못 꺼내는 경우가 더 많을 거예요.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는 이제 이게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가 됐어요.

오늘은 이 제도가 왜 지금 나왔는지, 그리고 한국에도 같은 흐름이 올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들어가며

2026년 3월, 이탈리아는 세계 최초로 반려동물 돌봄을 사유로 한 유급휴가 제도를 공식화했어요. 직원은 연간 최대 3일까지, 수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하면 아픈 반려동물을 돌보기 위해 유급으로 쉴 수 있게 된 거예요. 반려동물은 마이크로칩으로 등록되어 있어야 하고, 수의사의 디지털 진단서가 필요해요.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반려동물한테 유급휴가라니, 좀 과한 거 아닌가?” 하는 반응이 떠오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제도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동물복지 이슈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이건 ‘가족’이라는 개념이 법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예요.

🐾 이탈리아는 왜 이 제도를 만들었을까

이 제도가 갑자기 나온 건 아니에요. 사건은 2017년의 한 사건에서 부터 시작되요. 로마의 라 사피엔자 대학교에서 일하던 한 사서가 자신의 늙은 잉글리시 세터 ‘쿠촐라(Cucciola)‘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유급휴가를 신청했어요. 쿠촐라는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고, 이후에는 후두 마비 치료도 필요했어요. 혼자 사는 보호자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죠. 직장이었던 대학 측은 거부했지만, 이탈리아 반생체실험연맹(LAV)이 소송을 대리했고, 법원은 보호자의 손을 들어줬어요.

근거는 이탈리아 형법 제727조예요. 동물을 심각한 고통 상태에 방치하면 최대 1년 징역과 1만 유로(약 1,500만 원)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이에요. 법원의 논리는 명쾌했어요. 법이 동물 방치를 범죄로 규정하는데, 직장이 돌봄을 막는다면 고용주가 직원을 법적 의무와 고용 의무 사이의 불가능한 선택에 놓는 셈이라는 거예요. 이탈리아 공공부문 노동법에서는 ‘심각한 개인적·가족적 사유’를 유급휴가 사유로 인정하고 있는데, 법원은 반려동물 긴급 돌봄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거예요.

이 판결은 ‘쿠촐라 판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선례가 됐어요. 이후 동물보호 단체들이 본격적으로 입법을 추진했고, 약 9년의 논의 끝에 2026년 3월 노동법에 공식 편입된 거예요.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어요. 이탈리아 가구의 절반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요. 이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이탈리아 사회의 일상적 생활 구조예요. 법은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뒤늦게 따라간 것에 가까워요. 반대로 말하면, 현실이 충분히 무르익었기 때문에 법이 움직일 수 있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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