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무너트리는 가장 효과적인 검증된 방법
조직을 망치는 법과 살리는 법은 같은 행동의 방향만 다르다

들어가며
구독자님,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간단히 끝날 수 있는 안건인데 “위원회에서 한번 검토해 봅시다”라는 말에 2주가 흘러버린 적.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다음 회의에서 “다시 한번 논의해 보자”며 되짚는 상황. 잘하는 직원에게는 냉담하고, 성과가 떨어지는 직원에게 오히려 보상이 돌아가는 광경.
이게 조직의 일상이라고요? 놀랍게도 이건 1944년, 지금의 CIA 전신인 OSS(Office of Strategic Services)가 적국을 망치기 위해 만든 공작 매뉴얼의 내용이에요. 이름하여 Simple Sabotage Field Manual1. 제2차 세계대전 한복판에서 연합국에 우호적인 적국 시민들에게 배포한, 말 그대로 ‘조직을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교본’이었죠.
2008년 기밀 해제된 이 문서를 읽다 보면 웃다가 소름이 돋아요. 80년 전 적국을 파괴하라고 쓴 지침이, 오늘날 수많은 조직에서 ‘정상적인 업무 프로세스’로 운영되고 있으니까요.
스파이의 교본: 조직을 망치는 8가지 원칙
이 매뉴얼은 총 32페이지밖에 안 되는 짧은 문서예요. 하지만 OSS 국장이었던 윌리엄 “와일드 빌” 도노반(William “Wild Bill” Donovan)이 직접 감수한 이 문서에는, 조직을 안에서부터 서서히 무너뜨리는 거의 모든 방법이 담겨 있어요.
매뉴얼의 핵심 전략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요.
첫째, 의사결정을 마비시켜라. 모든 안건을 반드시 공식 채널(channels)을 통해 처리하게 하고, 절대 지름길을 허용하지 말라고 해요.간단한 문제도 5명 이상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회부하고, 지난 회의 결정 사항을 매번 재검토하도록 유도하라는 거예요.
둘째, 동기를 파괴하라. 관리자라면 일 못하는 직원을 칭찬하고 보상하되, 일 잘하는 직원은 비판하고 차별하라고 해요. 새로운 구성원에게는 불완전한 지침을 주고, 중요도가 낮은 업무에 배치하라는 지침도 있어요.
셋째, 마찰을 극대화하라.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업무를 여러 단계로 쪼개고, 문서 작업량을 최대한 늘리고, 결재 라인을 복잡하게 만들라고 해요.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3명 이상의 승인을 거치도록 설계하라는 거죠.
재미있는 건, 이 매뉴얼이 특별한 도구나 훈련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원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실수와 비효율의 폭을 조금씩 넓히면 된다고요. 즉, 사보타주의 본질은 비정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정상적인 비효율’을 증폭시키는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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