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이 연봉 4억 카피라이터를 뽑는 이유
쓰는 건 AI가 하지만, 풀어내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에요

들어가며
구독자님, 지난주 흥미로운 채용 공고가 하나 올라왔어요. AI 기업 앤트로픽이 카피라이터를 찾고 있는데, 연봉이 최대 32만 달러예요. 한화로 약 4억 4천만 원이에요.
그런데 같은 회사에 최근 합류한 안드레이 카파시1는 불과 두 달 전, 미국 342개 직종의 AI 대체 가능성을 분석한 도구를 공개했어요. 거기서 카피라이터의 노출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8~9점. “AI에 가장 취약한 직업군” 중 하나였죠.
AI가 대체할 거라고 평가한 직업에, 같은 회사가 역대급 연봉을 제시하고 있어요. 이건 모순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역설의 답은 ‘쓰는 능력’과 ‘풀어내는 능력’이 전혀 다른 기술이라는 데 있어요.
🔍 같은 회사에서 나온 두 개의 신호
올해 3월, 카파시는 미국 노동통계국(BLS) 데이터를 기반으로 342개 직종의 AI 노출도를 0~10점으로 평가한 인터랙티브 도구를 공개했어요. 핵심 기준은 단순했어요. “이 일을 집에서 노트북 하나로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점수가 높아요.
카피라이터, 작가, 편집자는 8~9점을 받았어요. 소프트웨어 개발자(8~9점), 경영 분석가(9점)와 같은 수준이에요. 반면 지붕 수리공이나 미용사는 0~1점이었어요. 화면 앞에서 디지털 결과물을 만드는 직업일수록 AI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그런데 5월 22일, 같은 앤트로픽이 기업 고객 대상 메시지 전략을 담당할 카피 리드(Copy Lead) 직무를 공개했어요. 연봉 25만 5천~32만 달러. 별도로 카피 및 콘텐츠 총괄(Head of Copy and Content) 직무도 열려 있는데, 이쪽은 32만~40만 달러예요. 한화로 환산하면 최대 5억 5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에요.
채용 공고의 자격 요건을 보면 흥미로운 표현이 나와요. “브리프를 받으면 초안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는 사람.” “창의적 판단력과 감각(creative judgment and taste)으로 방향을 잡되, 직접 손으로 작업도 하는 사람.” 그리고 “브랜드 보이스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앤트로픽이 요구하는 건 ‘텍스트를 잘 쓰는 능력’이 아니라는 거예요. 복잡한 기술을 명확하고, 구체적이고, 읽히게 만드는 편집적 판단력을 요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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