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가재가 검색창에서 사라지고 있어요
그 많던 가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들어가며
구독자님, 지난 3월에 보내드린 뉴스레터에서 중국을 휩쓸던 ‘가재 열풍’을 다룬 적이 있어요. OpenClaw라는 오픈소스 AI 에이전트가 텐센트 본사 앞에 사람들을 줄 세우고, 클라우드 시장과 메신저 생태계를 동시에 흔든다는 이야기였죠.
그런데 두 달이 지난 지금, 그 가재가 구글 검색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요.

Google Trends 그래프를 보면 변화가 극적이에요. openclaw 검색량은 4월에 100을 찍은 뒤 5월 들어 12까지 떨어졌어요. 약 88% 하락이에요. 한국에서 회자됐던 변종 hermes agent도, 또 다른 클론인 nemoclaw도 검색 그래프에서는 거의 흔적을 찾기 어려워요.
“그 많던 에이전트는 왜 다 사라졌을까요?” 이 질문에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에이전트가 사라진 게 아니에요. 에이전트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이건 트렌드의 죽음이 아니라, 카테고리의 정상화일 가능성이 더 커요.
검색 그래프가 말하는 것
먼저 데이터를 정확히 봐야 해요. 그래프 위에는 네 개의 선이 있어요.
파란 선(openclaw)은 2월 중순부터 폭등해 4월 정점에서 100을 찍고, 5월 들어 가파르게 빠지고 있어요. 평균 16. 빨간 선(hermes agent)은 4월 말부터 미세하게 고개를 들었지만 평균 1에 머물러요. 노란 선(nemoclaw)은 평균 0, 사실상 검색되지 않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선이 있어요. 녹색 선(agent ai)이에요. 지난 1년 내내 평균 17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요. 가재 열풍이 정점일 때도, 가재 열풍이 빠질 때도, 거의 변하지 않았어요. 4월 잠깐 36까지 올랐다가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을 뿐이에요.
같은 그래프에서 두 가지 다른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거예요.
하나는 ‘도구 이름’의 죽음(openclaw, hermes agent, nemoclaw). 4월의 호기심으로 검색됐던 고유명사들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카테고리’의 안정성(agent ai). 도구 이름들이 가리키던 카테고리 자체는 평소 베이스라인을 유지하고 있어요.
호기심으로 검색됐던 단어는 빠지고, 카테고리는 살아남아요. 이 단순한 패턴이 가재 열풍 전체를 설명할 수 있어요. 검색은 호기심의 함수예요. 호기심이 충족되면 검색은 사라져요. 다만 그게 사용의 죽음까지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이걸 증명할 데이터가 있어요.
가재는 죽지 않았어요
검색량이 빠진다고 사용량까지 빠진 건 아니에요. 실제 데이터는 정반대를 가리키고 있어요.
오픈소스 LLM 게이트웨이 OpenRouter1에서 측정한 일일 토큰2 처리량을 보면, 5월 10일 기준 Hermes Agent가 하루 2,240억 토큰, OpenClaw가 1,860억 토큰을 처리하고 있어요. 두 도구를 합치면 하루 4,100억 토큰이에요. 한국어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일 A4 약 30만 장 분량의 작업을 두 도구가 처리하고 있다는 얘기예요.
OpenClaw의 누적 토큰 처리량은 9.17조에 달해요. GitHub 별은 37만 개를 넘었고요. 이게 “사라진” 도구의 모습일까요?
오히려 4월 이후 OpenClaw 진영에는 격변이 있었어요. 2월에 창립자 Peter Steinberger가 OpenAI로 이직했고, 프로젝트는 독립 재단으로 이관됐어요. 곧이어 보안 위기가 터졌어요.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단 4일 만에 9개의 CVE3가 공개됐고, 그중 하나는 CVSS 9.9라는 극단적 위험도였어요. 스킬 마켓플레이스 ClawHub에 등록된 2,857개 스킬 중 341개가 악성으로 판정됐고요.
한국에서는 2월 8일에 네이버·카카오·당근이 일제히 사내 사용을 금지했어요. 딥시크 이후 약 1년 만에 특정 AI 도구를 공식 차단한 첫 사례였어요.
이런 보안 위기가 발생하면 보통 두 가지 일이 일어나요. 첫째, 신규 사용자 유입이 멈춰요. 둘째, 호기심으로 검색하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기존에 일에 통합해 쓰고 있던 사용자들은 거의 빠지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토큰 처리량이 그 증거예요.
검색량은 ‘새로 호기심을 품은 사람’의 숫자고, 토큰 처리량은 ‘실제로 일에 쓰고 있는 사람’의 흔적이에요. 이 두 숫자는 완전히 다른 곡선을 그릴 수 있어요.
왜 사람들은 가재를 내려놓고 있을까
검색이 빠지는 동안, 실제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네 가지 흐름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고 봐요.

첫째, 호기심의 자연 소멸이에요. 새로운 도구가 등장하면 검색량은 폭발해요. “이게 뭐지?”라고 묻는 시기예요. 그리고 호기심이 충족되면 검색은 줄어요. OpenClaw는 1월 30일 개명 직후 GitHub 별 18만 개를 한 달 만에 넘기며 화제성의 정점을 찍었어요. 4월의 검색량 100은 그 후폭풍이었고, 5월의 12는 호기심이 충족된 사람들이 떠나간 뒤의 베이스라인이에요.
둘째, 토큰 이코노미의 부담이 무거워요. 이게 가장 결정적이라고 봐요. 똑같은 PDF를 LLM에 한 번 읽히는 것과, 에이전트에게 그 PDF를 처리해달라고 시키는 건 토큰 사용량이 몇 배 차이가 나요. 에이전트는 PDF를 읽고, 정리하고, 정리한 결과를 검토하고, 그 검토를 또 다른 곳으로 보내요. 한 번의 대화가 아니라 연쇄 작업이거든요. Hermes Agent가 “토큰을 경제적으로 쓴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부담을 해결하려는 시도예요. 다만 아무리 절약형 도구를 써도 LLM이 처리하는 토큰 자체의 절대량은 늘어나요. 토큰 이코노미 시대에는 이게 곧장 비용으로 환산돼요. 4월 4일에 Anthropic이 Claude Pro/Max 구독자가 OpenClaw 같은 외부 프레임워크로 자신의 구독 토큰을 쓰는 걸 막으면서, 비용 부담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어요. 한 사용자는 모니터링하지 않은 OpenClaw 인스턴스 때문에 한 달 800달러짜리 청구서를 받았다는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어요.
셋째, 프론티어 모델이 흡수해 버렸어요. 가재 열풍이 정점이던 3월, Anthropic은 한 달 안에 세 가지를 연달아 출시했어요. 3월 17일 Claude Dispatch(휴대폰에서 지시 → 데스크톱이 알아서 작업), 3월 20일 Claude Code Channels(Telegram·Discord·iMessage 연동), 3월 23일 Computer Use(화면 직접 조작). VentureBeat은 Channels를 두고 ‘OpenClaw killer’라고 표현했고, AI 평론가 Matthew Berman은 “They’ve BUILT OpenClaw”라고 정리했어요. 같은 시기 OpenAI Codex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고, OpenAI는 OpenClaw 창립자를 그대로 영입했어요. 메신저에서 자율적으로 일하는 에이전트가 필요하다면, 이제 OpenClaw나 Hermes를 따로 깔지 않아도 돼요. 이미 구독하고 있는 도구가 그 기능을 제공하니까요.
넷째, 솔직히 가재는 만능이 아니에요. 초기에 OpenClaw는 인플루언서와 전문가들에게 “뭐든 해주는 요술 지팡이”처럼 소개됐어요. 실제로 써보면 그렇지 않아요. 권한을 충분히 부여해도 할 수 있는 작업의 경계는 분명해요. Anthropic이 Claude Dispatch를 공개하면서 인정한 복잡한 멀티앱 작업 성공률이 약 50%인데, OpenClaw도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거기에 보안 이슈는 늘상 따라다녀요.
저도 2~3월 보안 위기 때 직접 영향을 받았어요. OpenClaw를 깨끗하게 제거하려고 했는데 글로벌 NPM 패키지, ~/.openclaw 디렉터리, 로그 파일, 백그라운드 프로세스가 깔끔하게 빠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OpenShears라는 작은 CLI 유틸리티를 만들어 GitHub에 공개했어요. “주방용 가위가 가재를 해체하는 도구이듯, OpenShears는 OpenClaw의 흔적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도구”라는 컨셉이에요. 만들면서 새삼 느꼈어요. 가재가 정말 멋진 도구였다면, 이렇게 따로 제거 유틸리티를 만들 일은 없었을 거예요.
이 네 가지는 따로 작동하지 않아요. 함께 작동해요. 호기심이 충족되고, 비용이 부담스럽고, 대안이 빅테크 안에 이미 들어있고, 막상 써보니 만능이 아니에요. 검색량이 빠지는 건 이 네 가지가 동시에 누적된 결과예요.
모든 신기술이 거치는 두 번째 죽음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4 곡선을 떠올려 볼 만해요. 가트너는 2026년 보고서에서 AI가 ‘환멸의 골짜기(Trough of Disillusionment)‘에 진입했다고 명시했어요. 화려한 기대가 잦아들고, 실패 사례가 누적되고, ROI에 대한 회의론이 퍼지는 단계예요.

그런데 환멸의 골짜기는 끝이 아니에요. 그다음은 ‘깨달음의 비탈’이고, 그다음이 ‘생산성의 고원’이에요. 가트너가 강조한 한 가지가 있어요. 이 환멸기 동안 AI는 신생 스타트업이 아니라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자사 제품에 끼워 파는 방식으로 확산된다는 거예요. Anthropic이 Claude에 Dispatch / Channels / Computer Use를 끼워 파는 패턴, 마이크로소프트의 ClawPilot이나 구글의 Remy가 OS와 클라우드에 통합되는 흐름은 정확히 이 패턴이에요.
OpenClaw 검색량이 빠지는 건 이 카테고리가 실패하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에요. 신생 도구의 첫 번째 죽음(검색 호기심의 소멸)을 거쳐, 기존 플랫폼의 부속 기능으로 흡수되는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예요.
이런 패턴은 처음이 아니에요. 1990년대 후반 닷컴 거품이 꺼졌을 때 ‘인터넷’ 검색량은 한동안 빠졌어요. 그렇다고 인터넷이 사라졌나요? 아니죠. 너무 당연해져서 따로 검색할 필요가 없어졌을 뿐이에요. ‘cloud computing’ 검색량은 2015년경 정점을 찍고 빠졌어요. 클라우드가 죽었나요? 모든 회사의 기본 인프라가 됐을 뿐이에요.
검색의 죽음은 종종 흡수의 신호예요.
오스왈드의 시선
GTM 전략을 다뤄오면서 봐온 패턴이 있어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연 도구는 거의 예외 없이, 그 카테고리를 표준화하는 후속 주자에게 자리를 내준다는 거예요. 카테고리 메이커(category maker)와 카테고리 오너(category owner)는 같지 않아요. OpenClaw는 카테고리 메이커였어요. 하지만 카테고리 오너의 자리는 Anthropic의 Dispatch, OpenAI의 Codex, MiniMax의 MaxClaw, 마이크로소프트의 ClawPilot 같은 후속 주자들이 빠르게 차지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시프트는 소프트웨어 레벨에서만 일어나지 않아요. 클라우드 컨설팅을 하면서 자주 보던 신호가 있는데, 인텔 제온 CPU가 만드는 족족 팔리고 있고, Meta는 ARM과 Graviton CPU를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어요. 엔비디아가 200억 달러를 들여 Groq의 LPU 기술을 인수한 것도 같은 흐름이에요. AI 인프라의 무게중심이 ‘LLM을 학습시키는 GPU’에서 ‘하네스를 돌리는 CPU와 메모리’로 옮겨가고 있어요. 가재 검색량이 빠지는 동안, 그 가재가 만들어낸 인프라 수요는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재편하고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속도예요. 인터넷이 30년, 클라우드가 10년 걸린 이 사이클을 AI 에이전트는 4개월 만에 돌고 있어요. GTM 전략 입장에서는 무서운 신호예요. 검색 그래프 하나만 보고 “트렌드가 끝났다”고 판단할 때쯤이면, 카테고리는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가 있을 거예요.
마치며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볼게요. 그 많던 에이전트는 왜 다 사라졌을까요?
- 사라진 건 검색이지 사용이 아니에요. OpenClaw와 Hermes Agent는 합쳐서 매일 4,100억 토큰을 처리하고 있어요.
- 도구 이름은 빠지지만 카테고리는 살아있어요. ‘openclaw’ 검색은 88% 빠졌지만, ‘agent ai’ 검색은 거의 그대로예요.
- 카테고리가 빅테크에 흡수되는 중이에요. 마이크로소프트 ClawPilot, 구글 Remy, 미니맥스의 MaxClaw, 엔비디아의 NemoClaw, OpenAI의 인수 행보가 그 신호예요. 다음 6개월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검색 그래프가 아니에요. 운영체제 단위로 통합되는 에이전트가 어디까지 갈지예요. 그때가 되면 우리는 검색하지 않고 그냥 써요. 그게 카테고리의 정상화고, ‘openclaw’ 검색량의 폭락은 그 정상화의 첫 신호일 가능성이 커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Hermes Agent vs OpenClaw: Why Nous Research’s Self-Improving Agent Now Leads OpenRouter’s Global Rankings”, MarkTechPost, 2026.5.10. : 5월 10일 OpenRouter 순위 변동과 토큰 데이터 원전이에요.
- “Anthropic just shipped an OpenClaw killer called Claude Code Channels”, VentureBeat, 2026.3.20. : 프론티어 모델의 자체 흡수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짚은 분석이에요.
- “Anthropic to OpenClaw users: Pay up”, The Media Copilot, 2026.4.6. : 4월 4일 Claude 구독 봉쇄와 그 비용 구조 함의를 정리했어요.
- “OpenClaw Security Crisis 2026: What Happened and What To Do”, Get AI Perks, 2026.2.23. : 2~3월 보안 위기의 전체 타임라인이에요.
배경 지식
- “Gartner Hype Cycle for Agentic AI 2026”, Gartner, 2026. : ‘환멸의 골짜기’ 단계별 정의를 원문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 “Why does Gartner describe 2026 as a Trough of Disillusionment year for AI”, Christian & Timbers, 2026.1. : ‘환멸기에는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가 AI를 끼워 판다’는 가트너의 핵심 진단이 잘 정리돼 있어요.
오스왈드의 작업
- oswarld/openshears : 본문에서 언급한, OpenClaw 흔적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CLI 유틸리티예요. npx openshears 한 줄로 실행할 수 있어요.

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이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통계 및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와 KMBA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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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Router: 서로 다른 AI 모델(OpenAI, Anthropic, Google, 중국 모델 등)을 하나의 API로 호출할 수 있게 해주는 통합 게이트웨이예요. 어느 모델이 얼마나 쓰이는지 실시간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업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AI 도구 사용량’ 측정 기준이에요. ↩
-
토큰(Token): AI 모델이 텍스트를 처리하는 기본 단위예요. 한 단어, 단어의 일부, 또는 문장부호 등이 하나의 토큰이 돼요. 한국어 기준 100만 토큰이 대략 A4 700장 분량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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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E(Common Vulnerabilities and Exposures): 소프트웨어에서 발견된 보안 취약점에 부여되는 공인 번호예요. CVSS라는 점수로 위험도를 매기는데, 9점대는 ‘치명적’ 수준이에요. CVSS 9.9는 거의 최악의 위험도라고 보시면 돼요. ↩
-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가트너가 신기술의 인지도 변화를 5단계 곡선으로 정리한 모델이에요. ‘혁신 촉발 →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 → 환멸의 골짜기 → 깨달음의 비탈 → 생산성의 고원’ 순서로 흘러요. 기대가 한 번 부풀었다가 꺼지고, 그제서야 실용적 적용이 시작된다는 게 핵심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