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훈련해도 뇌는 멀티태스킹을 못 한다
연습하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통념, 새 연구가 정면으로 반박했어요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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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심리학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멀티태스킹”이라는 단어, 한국 직장인에게는 거의 생존 스킬처럼 여겨지죠. 슬랙 메시지 확인하면서 회의록 정리하고, 이메일 쓰면서 다음 미팅 자료를 훑어보는 일상. 이게 가능한 이유가 ‘숙련’이라고 믿는 분들이 많아요. 실제로 인지심리학1에서도 오랫동안 “충분히 연습하면 두 가지 작업을 거의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주류였어요.
그런데 올해 발표된 한 연구가 이 30년 된 믿음을 정면으로 뒤집었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리 오래 훈련해도 뇌의 ‘병목’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 발견은 단순한 학술적 호기심을 넘어서, AI가 인지 노동2을 대체하기 시작한 지금 시점에 꽤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어요.
12일간의 훈련, 그리고 무너진 ‘완벽한 시간 분할’ 가설

이번 연구는 독일 할레-비텐베르크 마르틴 루터 대학교의 토르스텐 슈베르트(Torsten Schubert) 교수팀이 수행했어요. 하겐 페른대학교, 함부르크 메디컬 스쿨과의 공동 연구로, Quarterl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게재되었죠.
실험 설계는 꽤 직관적이에요. 참가자들에게 시각-수동 과제(화면에 잠깐 나타나는 원의 크기를 오른손으로 표시)와 청각-음성 과제(동시에 들려오는 소리가 높은지, 중간인지, 낮은지 말하기)를 동시에 수행하게 했어요. 서로 다른 감각 채널을 사용하는 두 가지 과제인 셈이에요.
핵심은 훈련 기간이에요. 참가자들은 최대 12일간 이 이중과제3를 반복했어요. 결과적으로 반응 속도는 빨라졌고, 오류도 줄었어요. 여기까지는 기존 연구와 동일한 패턴이에요. 과거 연구들은 이 현상을 “거의 완벽한 시간 분할(virtually perfect time sharing)“이라 불렀고, 뇌가 두 작업을 진정으로 병렬 처리4할 수 있게 된 증거라고 해석했어요.
하지만 슈베르트 교수팀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갔어요. 훈련 후에 과제의 응답 선택 단계(response selection stage)5 소요 시간을 인위적으로 변경한 거예요. 쉽게 말하면, 잘 훈련된 루틴에 아주 작은 변화를 주었어요.
결과는 극적이었어요. 짧은 과제의 병목 단계를 늘리면 긴 과제의 반응 시간까지 함께 늘어났지만,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았어요. 이건 두 과제가 여전히 하나의 병목을 순차적으로 통과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예요. 연습이 병목을 ‘제거’한 게 아니라, 병목 앞뒤의 처리를 워낙 빠르게 만들어서 겉으로 보이지 않게 숨긴 것뿐이라는 거죠.
슈베르트 교수는 이렇게 설명해요. 뇌는 두 과정의 순서를 최적화해서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배열하는 데 뛰어나다고요. 하지만 이 최적화에는 한계가 있고, 상황이 조금만 어려워지면 인지 체계는 빠르게 지치고 오류가 늘어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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