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는다"는 왜 유통기한이 다했을까
AI가 소프트웨어를 풍요롭게 만든 순간, 경제 권력은 다시 하드웨어의 세계로 돌아가고 있어요

들어가며
구독자님, 2011년 마크 앤드리슨이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한 문장이 있어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 이후 14년간 이 문장은 실리콘밸리의 사실상 공리였어요. 넷플릭스가 블록버스터를, 우버가 택시 산업을, 에어비앤비가 호텔업을 집어삼켰죠. 경쟁 우위는 물리적 자산이 아니라 코드에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이코노미스트에 흥미로운 칼럼이 실렸어요. 도이치뱅크 전 감독이사회 의장 파울 아흘라이트너가 쓴 글인데, 핵심은 이거예요. AI가 소프트웨어를 범용재(commodity)1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에, 경제 권력이 다시 하드웨어 — 에너지, 광물, 인프라, 제조 역량 —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오늘은 이 주장이 과연 근거가 있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따져볼게요.
소프트웨어는 왜 ‘희소한 자원’이 아니게 되었나
앤드리슨의 2011년 명제가 통했던 이유는 명확해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역량 자체가 희소했거든요. 유능한 개발자를 확보하고, 코드를 대규모로 배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가진 기업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았어요.
AI가 이 구도를 뒤집고 있어요. 코드를 생성하고, 테스트하고, 최적화하는 비용이 사실상 제로에 수렴하기 시작했어요. 바이브 코딩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도 이 맥락이에요. 소프트웨어가 한때 석유처럼 ‘전략적 자산’이었다면, 이제는 전기처럼 ‘당연히 깔려 있는 것’에 가까워지고 있는 거예요.
경제학의 기본 원리가 작동하는 셈이에요. 경제 권력은 가장 우아한 것이 아니라, 가장 희소한 것에 붙어요. 소프트웨어가 풍요로워진 만큼, 하드웨어의 제약이 다시 부각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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